정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racist)’로 몰아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색인종 여성 초선 하원의원 4명에 대해 인종차별적 공격을 퍼부은 데 대한 앙갚음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16일 트럼프 대통령 규탄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유색인종 여성 의원들을 ‘사회주의자(socialist)’로 부르면서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인종차별에다 이념의 굴레까지 덧씌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이념 노선을 사회주의로 규정하면서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측 모두 진흙탕 프레임 싸움에서 승리를 자신하지만 부동층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유세를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인종차별을 둘러싼) 정치적 싸움에 이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아주 큰 차이로 이기고 있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빌 유세에서도 유색인종 여성 4인방을 “위험하고 폭력적인 극좌세력”으로 몰아붙였다. 또 “그들은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증오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의 규탄결의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90여분 간의 연설 중에서 약 20분을 유색 여성 4인방을 공격하는데 썼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4인방을 강하게 비판할 때마다 유세장을 메운 지지자들은 “그녀들을 (그들 나라로) 돌려보내라(send her back)”고 연호했다. 지지자들도 인종차별적인 공격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친(親) 트럼프’ 성향의 로나 맥다니엘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지금 사회주의 정당”이며 “이들 여성 4명은 민주당 의회의 사실상 의장”이라고 주장했다. 맥다니엘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를 원하는가’ 아니면 ‘더 높은 월급과 강한 경제를 원하는가’를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이들 4인방을 넘어 민주당의 진보 성향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도 사회주의자 라벨을 씌우기 위한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공격이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중미 이민자 행렬(Caravan·캐러밴)을 마약밀수꾼으로 비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가 하원을 민주당에 뺏기는 패배를 당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종차별적인 공격도 역풍을 맞아 부동층이 민주당을 택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고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인종차별 논란이 정국의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이 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실정을 대선 이슈로 부각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인방 중 한 명인 아이아나 프레슬리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공격은 주요 이슈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책동”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미끼를 물지 마라”고 촉구한 이유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