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트럼프 탄핵안 부결… 민주당도 대거 반대표

입력 2019-07-18 11:43
사진=AP뉴시스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민주당이 다수인 미 하원은 최근 민주당 여성의원 4명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탄핵 추진이 불러올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은 17일(현지시간) 민주당 앨 그린 하원의원이 제출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표결에 부쳐 찬성 95명, 반대 332명, 기권 1명으로 부결 처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하원은 야당인 민주당(235석)이 여당인 공화당(197석)보다 숫자가 많은데, 민주당조차 대통령 탄핵에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셈이다.

미 하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장을 제출했다. 이를 주도한 그린 의원은 민주당 비백인·진보·여성 초선의원 4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인용하며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일부 진보 성향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동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미 하원의장 낸시 팰로시가 이에 부정적이었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해 탄핵 가결 가능성이 없는 데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미국 헌법은 하원이 탄핵소추권을, 상원이 탄핵심판권을 갖도록 규정한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후 수감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추가 증거가 나오기 전에 민주당이 탄핵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펠로시 의장의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도 “우리는 대통령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권력남용과 사법방해 등 관련 사실을 추적하는 6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의 진지한 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안이 부결된 더 자신만만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방금 막 탄핵에 반대하는 압도적인 표로 끝났다”며 “민주당은 이제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