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여파로 국내에서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일부 지자체들도 이미 계획해 놓은 일본 방문과 견학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충북 괴산군은 오는 29일과 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5박7일 일정으로 일본으로 가려던 글로벌 청소년 해외연수를 취소하고 중국 상하이로 변경했다고 18일 밝혔다.
군 관계자는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관계가 악화돼 학부모와 학생을 설득해 일본 연수를 취소했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청사와 윤봉길 의사 기념관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보다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일본 대신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경북도의회도 오는 24일부터 3박4일간 자비로 가기로 한 일본 연수를 취소했다. 대신 제주 연수를 결정했다.
울산시 울주군은 지난 11~14일로 예정된 일본 체육시설 견학을 취소했다. 울주군은 체육단체 국제 교류사업의 하나로 체육가맹단체 관계자와 공무원 등 50여 명이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 스포츠센터 등 시설 3개소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견학을 준비했다. 군은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급랭한 것과 더불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일본 방문을 취소했다.
경기 파주시도 최근 일본에 대한 국내 정서를 감안해 일본 자매도시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충북 청주시는 오는 21~25일 지역 농업인 28명이 참여하는 일본 북해도 선진지 견학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견학을 취소할 경우 농민들이 지불해야할 위약금이 74만원에 달해 어쩔 수 없이 일본 방문을 강행하기로 했다”며 “공무원들은 이번 일본 방문에 동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도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한 일부 지자체의 교류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충주시는 다음달 22~26일 4박5일 일정으로 15명(청소년12명, 인솔자3명)이 일본 도쿄 무사시노시에 머물며 전통문화체험 행사를 추진한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두 도시 간 교류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올해는 충주 청소년들이 일본을 방문할 차례다. 일본 무사시노시 시장은 오는 8월 30일에 개막하는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 참석하기로 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양 도시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류 프로그램은 고심 끝에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지자체 차원의 민간 교류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군도 중학생 31명과 인솔자 9명 등 40명이 다음달 7~11일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아오모리현 고노헤마치를 방문할 예정이다. 옥천군은 1997년 이곳과 자매결연한 뒤 청소년·공무원 교류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아 학부모 설문 조사를 통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일본 야마나시현과 27년째 자매결연을 통해 교류하고 있는 충북도는 오는 11월 양국 청소년들의 스포츠 교류 행사를 고민하고 있다.
충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들은 “원래 예정돼 있던 행사라 위약금 문제도 있어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며 “반일 여론을 고려해야하는 만큼 추진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