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담기 위해 시작된 대구시민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에 대한 공정·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에 유리한 토론 진행, 참석자 선정 부실 등의 비판이 나오면서 원탁회의의 실효성과 정체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원탁회의는 2014년 9월 16일 ‘안전한 도시 대구를 만들자’를 주제로 4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토론으로 출발했다. 이후 시는 ‘대구시 시민원탁회의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최근까지 17차례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축제와 도시기본계획, 교통안전, 복지, 청년, 여성, 주민참여예산, 에너지, 자원봉사, 중학교 무상급식, 반려동물, 대구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로 300∼500명의 시민과 시 관계자 등이 참여한 원탁회의가 열렸다.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참가자를 모은 뒤 관련 주제를 토론하고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열린 제16회 원탁회의가 논란이 됐다. 대구에서 개발과 보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이 토론 주제가 됐는데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지역 시민단체들이 불참선언을 하면서 시작부터 반쪽 토론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제16회 원탁회의는 올해 첫 회의로 시가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인 만큼 사전 조사를 통해 참석자의 찬반 비율을 찬성·반대 각각 40%, 유보 20% 정도로 맞췄다.
토론 결과는 논란을 더욱 키웠다. 투표 참가자 160여명 중 60.7%가 찬성, 31.5%가 반대, 7.7%가 유보 의견을 냈는데 시민단체들은 시가 사업 추진 면죄부를 받기 위해 원탁회의를 진행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경실련과 대구환경운동연합, 우리복지시민연합은 공동성명을 통해 “그동안 보여주기식 이벤트 등 원탁회의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원탁회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원탁회의는 시 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시민원탁회의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을 열기 위해 서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에는 대구에 주소를 둔 19세 이상 시민 300명 이상이 청구하면 시가 정책토론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건만 갖춰지면 원탁회의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토론회가 열릴 경우 원탁회의를 돌아보고 개선점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신청사 건립 문제를 주제로 지난 16일 열린 제17회 원탁회의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유치를 희망하는 4개 기초단체 공무원들과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원탁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번 원탁회의에서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입지선정 문제는 다루지 않았는데 기초단체 공무원들의 참여로 의미가 퇴색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관련 공무원이 특수한 입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공무원 역시 시민이라 배제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토론에서 입지문제는 거론되지 않았고 당초 토론회의 취지대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매번 원탁회의 후 토론 내용 등을 점거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