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회사가 중국의 화학사에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대량으로 주문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일본 언론이 이를 신속하게 보도했다.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일본에서 대거 이탈할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증권보 인터넷판은 산둥성에 위치한 화학사 빈화(濱化)그룹이 한국의 일부 반도체 회사에서 전자제품 제조급 에칭가스를 주문받는 것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빈화그룹과 계약을 맺은 한국 반도체 회사가 어느 곳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언론은 해당 내용을 전달하며 신속하게 반응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상하이증권보의 기사를 언급하며 “일본이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자 한국 기업이 일본을 대신할 조달처로 중국을 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일본 외의 국가에서 재료를 조달하기 위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한국이 대체품을 확보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일본 기업은 장기적으로 (반도체 소재) 점유율이 저하하는 리스크를 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는 감광제인 포토레지스트(PR),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HF) 3종류에 대해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94%)와 포토레지스트(92%)와 달리 에칭가스는 44% 정도라 대체처를 찾기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한국과 중국, 대만 등에 대한 불화수소 품질 테스트에 들어가는 등 대체처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닛케이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한국 측이 일본에 계속 의존하고 있다는 잘못을 인식했다”고 말하며 높아지는 탈(脫)일본 위기감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