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원장은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우리는 (한·미 연합훈련을) 줄일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적어도 (북·미) 실무협상 자체도 그 훈련이 끝나야 (개최)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말을 꺼내 놨는데 북한의 요구를 무시하고 (한·미 훈련을) 강행하면 북한도 체면이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한·미가 준비 중인 연합훈련은 8월 중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정확한 일정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 전 장관은 한·미 훈련이 끝난 8월 이후에 북·미 실무협상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또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요란하게 전 세계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일은 그냥 지나간 일이 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10월이 넘어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겠는가 (싶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워킹그룹을 통한 한·미의 대북정책 공조와 관련해서 ‘굴레’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강력하게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한·미) 워킹그룹에서 (연합훈련을 하기로) 합의를 해줬으니까 그렇게 된 거 아니겠느냐”라며 “한·미 워킹그룹이 앞으로 아마 한국의 독자적 대북정책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에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었다고 해서 결국 ‘2인3각으로 묶이는구나, 맘대로 못하겠구나’ 했다”면서 “같이 가려면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들하고 가야 되는데 북한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공조를 꼭 해야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현재 정부에 있지 않기에 하는 얘기”라고 전제한 뒤 “공조가 굴레가 돼서 (미국이)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할 때마다 공조를 들이댄다”고 주장했다.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간담회에서 한·일 갈등과 관련해 “미국이 초기에는 한·일 두 나라 사이의 이슈라 개입 못 한다고,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우려를 넘어 심각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에 미국 기업도 금방 (한·일 갈등의 여파가) 닥치게 돼 있고 곧 피해를 보게 돼 있기 때문에 한·미·일 삼각 경제 파트너십에 심각한 도전이라는 얘기를 강조해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갈등 해결과 관련해 “우리가 피해자이고 일본이 가해자고, 갑과 을이 뒤바뀐 것”이라며 “그래서 일본이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과 이 전 대사는 한·미경제연구소(KE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6∼17일 개최한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