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유럽에서 악명을 떨치던 1930~40년대 유럽 각지에서 탈출한 유대인 2만명은 중국 상하이 조계지에 정착했다. 당시 상하이는 수많은 난민들의 안전지대였고, 유대인에게도 비자를 요구하지 않았다. 유대인들은 그곳에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레이첼 드워스킨은 새 역사소설 ‘언젠가 우리는 날아갈거야(Someday We Will Fly)’에서 1939년 가족과 함께 폴란드에서 상하이로 온 15세 소녀 릴리아의 이야기를 통해 상하이 훙커우 유대인 정착촌의 삶을 재구성했다.
드워스킨은 소설을 쓰기 위해 상하이에서 7번의 여름을 보내며 유대인 정착촌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그녀는 상하이 유대인 난민 박물관에서 학교 티셔츠를 입은 10대 소년들과 난민 어린이를 위해 만든 종이 인형, 미소를 띤 어린 소녀 등의 사진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드워스킨은 “극도로 열악한 전시 상황에서도 유대인 난민들이 상하이에서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학교를 만들고 캠프를 운영하고, 음악 레슨을 하고 탁구팀을 꾸렸을지 궁금했다”고 집필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 소설에서 릴리아가 상하이 피난민 수용소에 들러 엄마와 유럽 친구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모습과 근처 강을 가로지르는 가든 브리지, 상하이의 마지막 도축장이었던 올드밀펀(Old Millfun)을 돌아다니는 장면을 통해 당시 삶과 공포 등을 표현했다.
드워스킨은 “훙커우 유대인 정착촌처럼 지금도 각국에서 폭력과 테러를 피해 유랑하는 수많은 난민들에겐 안전하게 정착할 피난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