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역의존도가 일본의 2배를 넘어 7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경제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인 무역의존도가 높으면 대외 환경이 불안해질 때 국내 경제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무역 대상 국가를 다변화하고 주요 소재부품을 국산화함으로써 국가 경제 기반을 안정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와 국제통화기금(IMF)은 18일 2017년 기준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37.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중 네덜란드(63.9%), 독일(39.4%)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네덜란드는 중계무역국이고 독일은 유럽연합(EU) 내 무역이 활발한 데다 완제품과 소재부품 모두 강국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경제 기반에서 차이가 있다.
수출의존도는 전체 수출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수치다. 이 수치가 클수록 한 나라의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다는 뜻이다.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일본의 수출의존도는 14.3%다.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20개국 중에서는 미국(8.0%), 브라질(10.6%), 인도(11.5%) 다음으로 낮았다.
전체 수입액을 GDP로 나눈 수입의존도 역시 한국이 일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한국의 수입의존도는 31.3%로 네덜란드(56.3%), 멕시코(36.6%), 독일(31.7%)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수입의존도는 13.8%로 브라질(7.7%)과 미국(12.4%)과 함께 수입의존도가 가장 낮은 국가에 속했다.
수출의존도와 수입의존도를 합한 무역의존도는 한국이 68.8%로 일본 28.1%의 2.4배에 달했다.
2018년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37.3%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내려갔지만, 수입의존도는 33.0%로 1.7%포인트 올라 전체 무역의존도는 68.8%에서 70.4%로 상승했다. 이는 2014년 77.8%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의 높은 무역의존도는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다. 과거에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나 미중 무역분쟁 등 다른 나라의 경제 조치가 있을 때마다 한국 경제가 출렁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일본이 규제 대상으로 삼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는 대일 의존도가 40∼90% 정도로 높다. 일본의 조치 직후 한국 기업들은 긴급히 대체 수입국을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입 의존도가 조금씩 하락하고 있기는 하다.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2008년 42.1%에서 2018년 37.3%로 4.8%포인트, 같은 기간 수입의존도는 39.5%에서 33.0%로 6.5%포인트 하락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무역 규모가 크지만 내수시장이 탄탄해서 대외의존도는 낮다. 한국도 수출입국 다변화와 소재부품 국산화 등을 통해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