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A씨(47)와 아내 B씨(48)가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을 네팔과 필리핀 등지에 유기한 의혹을 받는 가운데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아이가 4년 만에 아빠를 보자마자 덜덜 떨었다”고 증언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7일 “9세에 홀로 필리핀에 버려진 아이는 이름이 개명된 줄도 모르고 예전 이름을 쓰고 있었다”며 “그래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MBN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최대한 빨리 오셔서 아이를 찾아가기를 권유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오시는 걸 계속 미루셨다. 그래서 더 의심이 들었다”며 “4년 만에 아들을 데리러 와서도 전혀 반기는 기색이 없었고 아이는 아빠를 보자마자 두려움에 떨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아이의 상태나 상황을 봤을 때 아버님이 데리고 가게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대사관 직원이 동행해 한국 공항까지 같이 갔다”며 “계획적으로 아이가 버려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친아들 C군의 이름을 바꾼 뒤 ‘코피노(한국계 필리핀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에 보내 수년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소아 조현병을 앓던 C군을 7세이던 2011년부터 경남 창원과 충북 괴산군, 필리핀, 네팔 등지에 방치하며 돌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윤경원)는 아버지 A씨를 구속기소하고 어머니 B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들 부부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 능통자를 만들기 위해 필리핀에 유학을 보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C군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통해 정신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력해 C군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심리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태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