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경천동지할 일 무덤까지…” 故 정두언 전 의원 과거 인터뷰 재조명

입력 2019-07-18 08:22 수정 2019-07-18 10:30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과정에서 ‘경천동지’할 일이 세 가지 있었다고 했던 고(故) 정두언 전 의원의 생전 인터뷰가 인터넷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며 말을 아꼈고 결국 그 말을 지켰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2007년 대선 때,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까지 포함해서 당락이 바뀔 정도의 일들이 한 세 건 정도 있었다”며 “모든 사람한테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는 참 뭐한 일이라서 말을 아꼈는데 이 자리에서도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달라”며 함구했다.

이에 손석희 앵커는 “아예 말을 안 꺼내놓는 게 낫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정 전 의원은 “에둘러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장애인”이라고 자신을 낮춘 뒤 “대선 때 그만한 일도 겪었는데 이런 일까지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지 않느냐는 취지로 얘기하다 보니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돈도 관련이 있고 법에 위배되는 일”이라며 “자세히 얘기를 못하는 점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손 앵커의 질문이 계속되자 정 전 의원은 “포항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또 경천동지하면 되겠냐고 (항의)해서 내가 요양원에 가면 그때 와서 좀 물어보면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며 “가급적 무덤까지 묻고 갈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경북 포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지역구다.

이 같은 인터뷰를 한 뒤 정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세 가지 중 하나는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사업가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은 이같이 폭로한 지 약 1년 반 만에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6일 오후 3시38분에 정 전 의원의 부인은 남편이 자택에 유서를 써 놓고 서울 홍은동 실락공원 인근으로 나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수색 끝에 오후 4시22분 실락공원 북한산 자락길에서 정 전 의원의 시신을 발견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북한산 자락길 인근에서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린 뒤 산 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가족에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가 자택에서 발견됐다”며 “유족의 뜻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CCTV 및 현장감식, 검시 결과, 유족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과거 인터뷰를 공유하며 안타까워했다. “MB 비밀을 결국 무덤까지 가져갔다” “안타깝게도 언행일치 됐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한편 정 전 의원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경기 성남 분당 메모리얼파크다. 1957년생인 정 전 의원은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했으며 2000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명박 정권 개국공신이었던 정 전 의원은 한때 ‘왕의 남자’로 불릴 만큼 MB의 최측근으로 꼽혔었다. 그러나 정권 1년차 때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했다가 권력에서 밀려났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18대, 19대에 잇달아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재직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 낙선한 뒤 마포구 인근에 일식집을 열었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평론가로 활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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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