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을 잘 고른 트럼프의 추악한 전략”…“비호감 4인방 꼭 집어”

입력 2019-07-18 08:17 수정 2019-07-18 08:38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민주당의 유색 여성 초선 하원의원 4명에게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가한 것은 2020년 11월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 규탄 결의안까지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나는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I’m not unhappy)”라고 꼬아서 말했다.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당한 민주당의 유색 여성 초선 하원의원 4명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격을 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아이아나 프레슬리,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 AP뉴시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공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략이 얼마나 추악(ugly)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 여성 유색 4인방’을 타깃으로 뽑은 것은 정치적으로 효과가 있는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지지자들이 가장 비호감으로 꼽는 유색 여성 의원들을 꼭 집어 인종차별 공격을 펼쳤다는 것이다.

특히 유색 여성 4인방 중 3명은 공화당에서 악명 높은 정치인 취급을 받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3명에 대한 비호감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색 여성의원들이 소속된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들을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보수적인 미디어들이 이들을 민주당의 ‘귀신’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WP가 언급한 여론조사는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4∼16일 미국 등록유권자 1149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조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색 여성 의원들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공격하며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 14일이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인종차별 논란을 둘러싼 여론의 움직임을 담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가한 유색 여성 4인방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일한 오마르, 라시다 틀라입, 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이다.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들 중에서 유색 여성 4인방의 리더격인 코르테스 의원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4%로 조사됐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비호감 74%를 받아 코르테스 의원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오마르와 틀라입 의원에 대한 비호감은 각각 65%, 58%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차기 대권을 놓고 겨룰 가능성이 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호감 비율이 56%인 점을 고려하면,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 여성의원 3명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프레슬리 의원에 대한 비호감은 26%로, 이례적으로 낮았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는 그래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유색 여성의원들이 다 초선이라 인지도가 낮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을 아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질문을 추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트럼프 지지자 중 코르테스 의원을 아는 사람들의 비호감 비율은 80.4%였다. 이번엔 공동 1위가 아니라 단독 1위였다. 이어 오마르 의원이 80.2%로 2위로 치고 올라왔다. 틀라입 의원이 76.3%로, 동률을 기록한 펠로스 의장과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비호감 1∼3위를 유색 여성 3인방이 싹쓸이 한 것이다. 프레슬리 의원의 비호감 비율로 54.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WP는 인종차별 공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에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종차별 공격이 부동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라이벌은 힐러리 클린턴(여성) 전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흑인) 전 대통령이었는데, 이제는 여성 흑인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데일리 메일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성 의원들은 (민주당 내부에서 갈등을 빚었던) 펠로시 의장에게 인종차별 카드를 구사했고, 일주일 뒤에 나한테 썼다”면서 “상당히 놀랍지 않은가”라고 비꼬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