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의 원로 정치인이 여야 지도부를 향해 “이제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싸움 붙이는 일은 그만둬 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치권이 사상이나 진영 논리에 갇혀 갈등과 분열을 반복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유경현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1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1주년 제헌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외침보다 내분으로 무너진 나라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념식에는 문희상 의장과 전직 국회의장, 4부 요인, 여야 각 당 지도부 등이 참석했다.
유 회장은 “정치인들 모두 민족 분단과 동족 상잔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지고 절대빈곤을 이기면서 오늘에 이르지 않았나. 눈물겹고 파란만장한 오늘을 나눈 동시대인 아닌가”라며 “정권(政權)보다 국권(國權)을, 다음 선거보다 다음 세대를 차분하게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등 국회의원은 넘쳐나는데, 왜 국회는 1등 국회가 되지 못하는가. 50년, 100년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냉정히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미국이나 영국 국회도 싸우긴 하지만 대체로 국가와 세계, 미래와 이상을 위해 싸운다”며 “우리나라 국회도 말로써 말이 거칠어지는 프로파간다(선전·선동)는 줄여가면서 선의로 경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라는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그러면서 “외교는 국력을 겨루는 일이고 큰 것을 얻으려면 큰 것을 내줘야한다는 철학을 국민들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유 회장은 1979~88년 민주공화당과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10·11·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3월 전직 국회의원들로 이뤄진 헌정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