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와 함께 임명된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의 앞에는 만만찮은 과제들이 쌓여 있다. 검찰의 권한이 비대하다는 문제제기는 여전하고, 파격적인 총장 인사에 따른 ‘윤석열호’만의 새로운 과제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17일 “과거 어느 때보다 국민적 지지가 높은 검사가 총장으로 임명됐지만, 고민할 것은 오히려 많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 꼽는 윤 차기 총장의 첫째 과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구체적 형태 제시 방안이다. 이는 검찰 외부에서는 개혁에의 공감을 요구하고, 내부에서는 검찰의 전통적 기능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난제다. 윤 차기 총장은 앞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바람직한 검·경 관계를 “수직적 지휘가 아닌 상호 대등한 협력 관계”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는 더불어 토론을 하겠다는 자세였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수사 지휘 및 종결의 형태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는 구체적 답변은 아니었다. 윤 차기 총장의 청문회 이후에도,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이 외부 토론회에서 밝힌 수사권과 관련한 입장은 검찰의 기존 태도에 비해 달라지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된 조정안이 “환부(특별수사)가 아닌 엉뚱한 데(형사사건 처리)를 처방했다”는 비판, “검찰의 본질적 역할은 사법경찰의 통제”라는 입장이 여전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윤 차기 총장이 수없이 강조한 ‘정치적 중립성’은 이미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이 어느 한 집단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비춰지기 쉬운 사건들은 줄줄이 윤석열호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국회의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은 내년 총선의 가장 큰 변수로 거론된다. 서울남부지검은 영등포경찰서를 통해 이 사건의 수사를 지휘 중인데, 여야의 잇따른 고발 결과 조사 대상이 된 국회의원은 109명에 이른다.
그간 야당은 “‘적폐청산’ 사건은 전광석화로 수사됐지만, 현 정부가 불편해하는 사건은 정반대”라고 윤 차기 총장을 비난해 왔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진행해온 검찰 수사들이 결국은 전 정권에 집중됐다는 주장이었다. 윤 차기 총장은 이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는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는 반론도 제기된다. ‘살아 있는 권력’에 해당했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뇌물 혐의 수사 때, 윤 차기 총장은 수사팀과 함께 구속영장 청구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검찰의 해묵은 과제였다면 윤석열호만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도 있다. 고검장을 건너 뛰어 총장직에 오른 윤 차기 총장은 검찰 조직을 신속하게 안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는 사법연수원 선배 다수가 남아 있는 검찰을 이끄는 첫 총장이다. 취임을 앞두고 검사 인사 구상에 들어간 윤 차기 총장은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검찰 조직도 일 중심으로 유연해져야 한다”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발탁해 중요 업무에 배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의 최종 처리도 윤석열호의 과제다. 전직 대통령 2명과 ‘양승태 대법원’ 수뇌부를 기소한 검찰은 공소유지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 쏠렸던 관심의 크기만큼 판결도 뒷받침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는 정점을 향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무역 제재라는 변수를 만났다. 애초 이 수사를 두고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환만 남겨뒀다는 관측이 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역할이 큰 때”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한다”는 입장이다.
박상은 허경구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