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반(反)당권파가 17일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 연대’(대안정치연대) 결성을 선언했다. 당의 진로를 놓고 갈등을 거듭해 온 평화당이 사실상 분당 수순에 접어든 것이다.
평화당은 지난 16일 심야 의원총회를 열고 2시간 동안 당 진로에 대한 비공개 끝장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자강론을 펼치는 정동영 대표 중심의 당권파와 당장 제3지대 창당을 준비해야 한다는 유성엽 원내대표·박지원 의원 중심의 반당권파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반당권파 의원 10명은 17일 새벽 “기득권 양당체제를 극복하고 한국 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며 대안정치연대 출범 발표문을 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안정치연대가) 일단 10명의 의원들로 구성되지만, 앞으로 대안 세력을 더 묶어 가겠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내년 총선에서 1당이 될 수 있는 튼튼한 경제정책을 만들어 대안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구상하는 제3지대는 바른미래당 내 일부 호남 세력이 합류하는 방안이 일차적으로 거론된다. 유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쪽에서도 변화를 바라는 분이 있을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만나고 있고 내일과 모레도 만날 것이다. 합류할 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만 꼭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이들이 바라는 연대가 당장 가시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먼저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 속에서 제3지대의 존재감이 빛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실제로 각자 제3세력임을 강조해 온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의 지지율은 1년 넘게 제자리 걸음이다. 또 연대 전에 선행돼야 할 탈당도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과 무소속 의원들도 당장 합류는 꺼리고 있다.
대안정치연대도 탈당은 잠정 보류했다. 평화당 외 세력을 충분히 결집하는 등 정계개편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원내대표는 “탈당 결의보단 평화당 전체가 움직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어서 보류했다”며 “새로운 제3지대 정당으로 전환하기 위한 몸부림이지 탈당이나 분당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신당 창당 로드맵과 관련해서도 “가급적 신당이 9월 말에 출범했으면 한다. 정기국회가 끝난 12월과 내년 1월 2단계 변화를 하고, 총선에 임박해 3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대표는 이 같은 움직임에 강력 반발했다.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분열, 결사체를 주도하는데 대체 원하는 당의 최종적인 모습이 무엇이냐”며 “한 원로 정치인의 당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 대표가 지목한 원로 정치인은 박지원 의원으로 해석된다.
신재희 박재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