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5·18 망언으로 징계를 받은 김순례 의원의 지도부 복귀를 용인했다. 3개월 간 당원권이 정지돼 최고위원회의 참석 자격이 없었던 김 의원은 18일부터 최고위원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 의원이 당원권을 회복한 후에도 최고위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지도부는 당헌·당규상 자격을 박탈할 근거가 없다며 길을 열어줬다. 법적 판단에 따른 결과라지만 지도부가 정치적 해결을 도외시한 채 규정 뒤에만 숨어 책임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17일 “당 법률지원단과 전문가들에게 의뢰한 결과 김 의원의 징계는 당원권 정지 3개월로 끝나는 것이지 최고위원직까지 박탈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이 같은 사실을 황교안 대표에게 보고했고 황 대표도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박 사무총장은 “지도부가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서 자동으로 회복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19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당내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이 박탈되는 등 당내 활동이 제한되는 터라 김 의원의 최고위 활동도 중단됐다. 하지만 당 윤리위원회 규정에는 당원권 회복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김 의원이 3개월 후에 최고위에 복귀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일었다.
지도부는 ‘규정 없이는 판단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김 의원의 당원권 회복 시점이 가까워오면서 당 사무처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지만, 지도부는 근거 없이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최고위원 궐위 시 30일 이내에 재선출한다는 규정도 궐위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고려되지 않았다. 추경호 전략부총장은 “김 의원이 투표로 최고위원에 당선됐기 때문에 불이익을 주려면 법적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며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정치적 해석에 의해서 판단할 수 있냐”고 말했다.
법적 판단을 따랐다는 게 지도부 입장이지만 막말 논란에 대한 지도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18 망언을 시작으로 당을 둘러싼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이란 것이 정치집단인 만큼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표가 의지를 갖고 김 의원을 설득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애초부터 지도부의 뜻이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5·18 망언 당사자인 이종명 의원의 제명 징계를 확정 짓기 위한 의원총회도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명 징계는 의원총회 추인을 통해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한국당은 3개월이 넘도록 이에 필요한 의원총회를 열고 있지 않다. 박 사무총장은 “국회 차원의 징계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