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필리 연은 “젠트리피케이션, 원주민에 유익한 효과 가져다줘”

입력 2019-07-17 16:14

선진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돼온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원주민에게 꼭 나쁜 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며 오히려 유익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필라델피아 지역 언론 플랜필리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집값이 올라 다른 지역으로 밀려난 사람의 숫자가 의외로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은 이전보다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는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미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건물주와 임대인이 상가 임대료 상승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는 한국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시카고대와 함께 미국 100개 대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관련한 연구를 실시했다. 2000년 인구조사와 2010~2014년 미국 지역사회 조사에 모두 응답한 사람을 추려내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필라델피아 연준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원주민과 청소년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이익을 가져다준 반면, 가시적인 손해는 많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연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젊은 고학력 고소득자가 도심 지역으로 몰려드는 현상으로 규정했다. 과거 미국에서는 부유층이 교외에 거주하고 빈곤층은 도심에 거주해왔다. 하지만 최근 20여년 사이 젊은 고소득층이 도심 지역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로 인해 원주민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 과거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게 됐다는 게 그간의 통념이었다.

하지만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비율을 따져보니,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필라델피아 연준은 설명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난 지역에서 고졸 이하 학력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비율은 평균 74%로 나타났다. 반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없는 지역에서는 68%로, 6%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사람들 역시 생활수준이 눈에 띄게 나빠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고용 여부, 통근 거리 등 측면에서 이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한 지역에 사는 원주민 자녀들은 대학 이상 고등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대졸 이상 성인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청소년들에게 롤 모델이 돼주고 정보와 인맥도 제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