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한 “지난해 ‘밥 누나’ 오디션이 ‘봄밤’으로 이어져”

입력 2019-07-18 08:00
드라마 '봄밤'(MBC)에서 이정인(한지민)과 이별한 남자 권기석을 소화한 배우 김준한. 씨엘엔컴퍼니 제공


한지민 정해인 주연의 드라마 ‘봄밤’(MBC)에는 잊을 수 없는 얼굴이 하나 더 있다. 완연한 봄기운처럼 작품에 녹아든 배우 김준한(36)이다. 8~9%(닐슨코리아)대 시청률로 사랑받은 봄밤에서 그는 오랜 연인 이정인(한지민)과 이별한 남자 권기석을 현실적으로 풀어내며 흥행을 이끌었다.

시청자의 마음처럼 김준한에게도 봄밤은 진한 향수로 남았다. 1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번 작품은 유독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다른 인생을 살다 온 느낌”이라고 했다.

“봄밤은 예쁜 것만 담은 로맨스가 아니었어요. 이기심 같은 민낯이 담겨있어 공감됐죠. 현실도 조금씩 부족한 우리가 사랑을 만들어 가는 거잖아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될 것 같았어요.”


드라마 '봄밤'(MBC)에서 이정인(한지민)과 이별한 남자 권기석을 소화한 배우 김준한. 씨엘엔컴퍼니 제공


권기석은 주변에 한 명쯤 꼭 있을 법한 인물로 느껴졌다. 이별 후 복잡한 심리변화를 몸짓과 말투 하나에도 섬세하게 묻혀낸 덕분이다. 후반부엔 재단 이사장인 아버지의 힘을 빌려서까지 정인을 붙잡으려는 모습에 ‘밉상’이라는 눈총을 받을 정도로 실감 나는 연기를 펼쳤다.

“저는 지쳐서 기석이처럼은 못할 것 같아요(웃음). 고삐 풀린 말처럼 달리던 관성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꾸민 연기가 아닌 기석이가 실제로 있다고 믿고, 그 친구의 행동을 헤아려 보려 했습니다.”


드라마 '봄밤'(MBC)에서 이정인(한지민)과 이별한 남자 권기석을 소화한 배우 김준한. 씨엘엔컴퍼니 제공


안판석 감독의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JTBC) 오디션을 본 게 인연이 됐다. 당시 윤진아(손예진)의 전 애인 역으로 지원을 했었는데, 그런 그를 눈여겨본 안 감독이 봄밤을 제안해줬다고 한다.

김준한은 30대 늦깎이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시작은 음악이었다. 고교 시절 밴드를 하다 노래 ‘응급실’로 잘 알려진 그룹 이지(IZI)의 드러머로 2005년 데뷔를 했다. 약 6년의 활동을 끝마치고선 연기자로 길을 틀었다.

“평소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음악이 조금 추상적이라면 연기는 직접적이죠. 우리 삶과 굉장히 닮아있는 모습에 이끌렸습니다.”


드라마 '봄밤'(MBC)에서 이정인(한지민)과 이별한 남자 권기석을 소화한 배우 김준한. 씨엘엔컴퍼니 제공


단편영화로 연기 첫발을 뗀 그는 영화 ‘박열’(2017)에서 판사 다테마스 역을 소화하며 대중적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 중인 그는 24일 영화 ‘나랏말싸미’ 개봉도 앞두고 있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김준한은 “진한 추억을 남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재밌어도 금방 휘발돼 버리는 작품들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속 한편에 두고두고 자리 잡는 작품 속 배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제겐 봄밤이 그랬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