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주 보육교사 피살사건’으로 기소된 택시기사 박모(50)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항소했다. 제시한 유력한 증거를 인정하지 않고 박씨의 강간 등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관계를 오인했다”며 제주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채증법칙이란 법관이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증거를 취사선택할 때 지켜야 할 법칙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나 검사가 제출한 정황상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당시 검찰은 사건 발생 당시 현장을 운행한 택시가 박씨의 택시뿐인 점, 택시 내부에서 박씨와 이씨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흔적이 발견된 점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무기징역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택시에 탑승했는 지를 밝히기 위한 미세섬유 증거, 피고인의 차량으로 보이는 택시가 녹화된 CCTV 영상 등 검사가 제시한 대부분의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이 몰던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발생 당시 경찰은 이씨가 실종 당일 숨진 것으로 판단해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당시 부검의가 사체 발견 시점인 2009년 2월 8일 24시간 이내 사망했다는 소견을 제시했고, 이 시간대에 박씨의 행적이 확인되면서 풀려나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경찰은 지난해 5월 박씨의 옷 어깨 부분과 피부조직에서 2∼3㎝ 크기의 실오라기 몇 점을 발견해 미세증거 증폭 기술을 이용, 박씨가 사건 당시 착용한 셔츠와 같은 종류임을 입증했다.
경찰은 확보한 증거물을 바탕으로 지난해 5월 18일 박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해당 증거가 박씨의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보강수사를 진행, 박씨의 택시 운전석·뒷좌석·차 바닥 등에서 이씨가 당시 착용했던 옷과 유사한 실오라기를 추가로 찾아냈고, 이씨의 가방·치마·휴대전화에서도 박씨가 당시 착용한 셔츠와 비슷한 실오라기를 발견했다.
또한 당시 택시 이동경로가 찍힌 CCTV 증거를 토대로 사건 당일 박씨가 차량에서 이씨와 신체적 접촉을 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박씨를 구속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제주 보육교사 피살사건’ 피고인 무죄에 검찰 항소
입력 2019-07-17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