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의 부주장 김승대가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지난 4일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을 맡다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남준재에 이어 또 다시 프랜차이즈 스타가 정든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적한 선수들이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도 후반기 K리그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전북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K리그 최고의 공격수 김승대와 2022년까지 계약을 체결하며 공격진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김승대는 6시즌 간 154경기 34골 31도움이라는 호성적을 남긴 채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됐다.
냉혹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프로의 세계지만 정든 고향팀을 떠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포항 유스팀을 두루 거쳐 2013년 포항에서 데뷔한 김승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3일 제주전 종료 뒤 전북의 이적 제의 사실을 구단으로부터 전달 받은 김승대는 처음엔 제의를 단칼에 거절하지 않은 포항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리그 내 타 팀으로의 이적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장고를 거듭하던 김승대는 결국 지난 15일 친정팀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김승대는 포항과의 계약기간을 6개월 남겨둔 상태였다. 구단에 이적료를 안겨줄 마지막 기회였다. FA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고 싶어 하던 김승대에게 전북이 제시한 조건도 좋았다. 포항 관계자는 “김승대가 이적료로 평소 형처럼 애틋하게 여기던 김기동 감독의 내년 팀 구성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며 “구단과 선수 모두 아름답게 이적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은 이번 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4일엔 남준재가 급작스럽게 제주로 트레이드 되며 논란이 됐다. 인천에서 데뷔해 6시즌을 보낸 ‘캡틴’의 이적에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남준재도 입장문을 통해 “나의 의사를 하나도 물어보지 않고 결정이 이뤄졌다”며 “인천에 있어 남준재는 별거 아닌 존재였는가라는 생각에 속상하고 허탈한 마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정이 원만했든 껄끄러웠든 결과는 이별이다. 전북의 김승대와 제주의 남준재가 각각 친정팀을 만나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가 후반기 K리그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김승대는 다음달 11일 전북 소속으로 포항 스틸야드에 귀환한다. 제주 이적 후 절치부심하며 데뷔전에서 골맛까지 본 남준재는 다음달 18일 숭의 아레나를 찾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