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에서 이국적 풍광을 대표했던 야자수들이 그 생명을 다해 새로운 야자수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1단계 사업지역 내 워싱턴 야자수 280그루를 이달 중 모두 제거한 뒤 대체 야자수를 식재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휴양지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해 가로수로 쓰이기 시작한 워싱턴 야자수는 중문관광단지가 만들어진 1982년부터 약 37년간 도로변을 지켜왔다. 높이가 15m까지 자라면서 중문관광단지를 대표하는 스카이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워싱턴 야자수는 그동안 제주의 기후에 완벽히 적응한 듯했다. 하지만 2016년 1월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되면서 생육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점차 수목이 노후화되면서 태풍 등 제주의 강한 바람을 버텨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강풍에 야자수 상단부가 부러져 운전자와 보행자를 위협하는 장애물로 취급되면서 안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태풍 ‘솔릭’과 ‘콩레이’가 제주에 북상했을 때에는 야자수 100여 그루가 부러져 도로에 나뒹굴기도 했다.
한파와 자연재해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486그루에 이르던 야자수는 280여 그루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했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지난해 중문관광단지 도로변에 남아있는 야자수 수명에 대해 학계와 전문가 자문조사 등을 진행한 결과 야자수 대부분이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보행자 및 운전자 안전을 우려해 현재 남아있는 280여 그루를 태풍이 오기 전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공사는 이달 말까지 워싱턴 야쟈수 280여 그루를 모두 제거하고, 오는 9~10월쯤 새로운 야자수를 심을 방침이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관계자는 “태풍으로 야자수가 다시 부러질 경우 보행자는 물론 차량에도 피해를 줄 수 있어 수목제거 작업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대체수종으로 카나리아 야자수나 종려나무 등도 함께 식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