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부동산 공시가격제도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 과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도부동산정책위원회를 가동한 경기도가 구체적 대안을 마련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 산정의 아주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이재명 도지사는 현행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해 “비싼 땅, 비싼 집에 살수록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셈”이라며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가난할수록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일수록 더욱 부자가 됨) 현상을 심화하고 불로소득을 조장하는데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기도는 현행 공시가격의 문제점을 파악한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이달 중으로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경기도의 공시가격 개선안은 표준지·주택 조사·평가 권한 시·도지사 위임, 비주거 부동산 공시제도 조속 시행, 주택 공시비율 80% 폐지,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 등 가격조사 용역 추진 등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정확한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을 위해 표준지·주택 조사·평가 권한의 시·도지사에게 위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국토부가 전국 토지 50만 필지와 주택 22만호를 선정해 단위면적당 가격을 조사한 후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이어 각 기초자치단체는 이를 토대로 지역별로 개별 주택과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을 산정해 개별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다시 말해 국토부가 선정한 50만 필지와 주택 22만호가 이른바 표준지 표준주택으로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 산정의 지표로 아주 중요하게 사용되지만 부동산 유형과 가격에 따라 시세반영률이 달라 공정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는 게 경기도의 주장이다.
경기도는 “국토부가 표준지·표준주택을 선정해 공시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기간과 인원 부족으로 정밀한 조사와 평가에 한계가 있어 거래금액 전 구간별 큰 편차가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있다”면서 “지역실정에 밝고 현장 접근성이 뛰어난 시·도지사에 표준지·표준주택 조사·평가 권한을 위임하고 국토부는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경기도는 지난해 도내 부동산을 대상으로 공시가격이 실제 거래가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나타내는 시세반영률을 분석해 내놓았다.
그 결과 부동산 유형별로 단독주택은 51.6%, 공동주택은 66.9%, 토지는 64.4%를 반영해 결과적으로 주택의 과세기준이 단독주택보다 공동주택 소유자에게 더 많은 세금과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불합리한 현상은 부동산 가격 구간별로도 주택 9억원 이상(48.3%)과 3억원 이하(56.1%), 아파트 9억원 이상(58%), 3억원 이하(68.4%)로 불합리하게 실거래가가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도 마찬가지여서 ㎡당 300만원 이상(50.8%), 10만원 이하(73.6%)로 조사됐다.
이는 가격이 낮을수록 오히려 더 높은 과세기준 적용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경기도는 과세의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으로 비주거 부동산 공시제도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현행 제도는 토지와 주택의 경우 공시된 가격으로 세금을 부과하지만 상가나 업무용 대형 빌딩 등 주거목적 이외의 부동산은 공시가격이 없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와 국세청이 산정하는 ‘시가표준액’과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데 이런 산정방식이 실제거래가격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
아울러 동일한 건물이라도 1층과 2층 등 층별로 실거래가가 다른데도 동일한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문제라고 경기도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A시 소재 B상가의 경우 분양가는 1층이 ㎡당 864만원으로 가장 높지만 분양가 대비 시가표준액은 16%에 불과한 반면 지하 1층의 분양가는 ㎡당 79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시가표준액이 136%에 달했다는 조사 수치를 제시했다.
정부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6년 비주거용 부동산도 공시가격을 발표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도는 평가금액에 일정비율을 곱하는 주택가격 공시비율 80% 폐지와 도내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 등에 대해 전문기관에 가격 조사 용역 추진 할 계획을 밝혔다.
김기세 도 자치행정국장은 “공시가격 제도개선은 이재명 지사가 추진하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면서 “경기도는 국토보유세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과세기준인 공시가격제도의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