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여성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에 관해 증언했다.
A씨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인터뷰를 갖고 “고소를 해도 아무런 진전도 없고 이렇게 알려야만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며 지난해 김 전 회장을 고소하고 1년 뒤 언론에 뒤늦게 제보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회장 별장에서 근무했던 A씨는 “김 전 회장이 외국에 나가서 서너 달 정도 있다가 왔다. 그때 음란 비디오와 책을 가지고 왔고 나보고 방에 들어가라고 하고 본인은 거실에서 TV로 음란 비디오를 봤다. 회사 안 가는 날에는 거의 그런 거 보고 그러더라”고 증언했다.
이어 “주말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자꾸 와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안 앉았다. 그런데 자꾸 앉으라고 하더니 비디오 내용과 그런 걸 왜 보는지 이야기하더라. 이후 성폭행을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그러고 나서 (김 전 회장이) 아무 말도 안 하더라. 그때부터는 신사가 되더라. 그런데 보름쯤 지나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녹음기를 들고 다녔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 A씨가 녹취한 김 전 회장의 목소리가 공개됐다. 녹취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A씨에게 “나 안 늙었지?” “나이 먹고 더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지. 가만히 있어”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하지 마라. 뭘 가만히 있냐”며 소리쳤다.
A씨는 “자포자기로 거기에 있었다. 다른 일자리도 알아봤다”면서 “그만둔 계기는 어느 날 김 전 회장이 주말에 ‘뭐 하냐’면서 주방으로 들어왔다. 또 비디오를 봤는지 눈이 벌겋고 짐승처럼 보였다. 저도 모르게 막 밀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당장 그만둘 거니까 내 몸에 손도 대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놀라서 나가더라”고 말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A 씨는 김 전 회장 측으로부터 ‘조용히 나가라’는 조건으로 2200만원을 받고 일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다가 김 전 회장의 여비서가 성추행 사실을 고소하자 용기를 얻어 고소장을 제출하고 언론에도 제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김 전 회장 측의 ‘합의된 성관계’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 그건 제 목숨을 걸고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 가사도우미였던 A씨는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씨는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 별장에서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쳤으나 김 전 회장이 미국에 체류하고 있어 피고소인 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2017년 7월 김 전 회장은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이후 약 2달 뒤인 그해 9월 비서 상습 추행 혐의가 불거져 국내로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비서 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