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측 “회장님 유죄라도 아줌마 수입 적어 보상액 1천만원 내외” 편지로 회유

입력 2019-07-17 11:08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지난해 1월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 고소당한 김준기(75) 전 DB그룹(전 동부그룹) 회장 측이 최근까지도 가사도우미에게 여러 차례 합의를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전 회장의 사촌동생이 가사도우미와 접촉하며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JTBC는 16일 김 전 회장의 사촌동생인 김모씨가 지난 5월 25일 가사도우미 A씨에게 보냈다는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김 전 회장 사촌동생이 가사도우미에게 보낸 편지. JTBC 캡처.

보도에 따르면 편지는 “아줌마 보세요”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어 “판사, 검사가 의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줄 수 있는 한 다 주라고 하신다”며 “그래도 더 달라고 하면 도저히 더 줄 수 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니 이만 끝내라 하셨다”고 적었다.

편지 내용을 보면 김 전 회장 측에서 합의금으로 3000만원을 제시했으나 A씨가 3억원을 요구해 합의가 한 차례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최근 1억원에 합의하자는 제의가 A씨 측에서 왔으나 김씨는 결정 범위를 벗어난 금액이라 김 전 회장과 상의를 한 것으로 나와 있다.

김씨는 편지에서 보상금액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며 A씨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그는 “회장님 변호사들이 공탁금을 걸고 무고와 손해배상으로 고소하면 아줌마도 돈 주고 변호사 써야 하고, 설사 회장님 쪽이 유죄가 된다고 해도 손해배상액이 아줌마 수입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보상액이 1000만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그동안 더 줄래야 더 줄 수 없는 금액 3억을 요구해서 대단히 답답했었다”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반박했다.

JTBC 캡처.

A씨는 “김씨가 편지 다섯통을 보내고 집까지 직접 찾아오거나 수시로 전화해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 측은 “A씨가 추가로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에 대한 성폭행 혐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A씨는 일하면서 김 전 회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는 마쳤으나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이 2017년 7월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간 뒤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국하고 두 달이 지난 후 김 전 회장은 여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그 사실이 알려진 이틀 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신청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신병 인도를 위한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경찰은 지난해 5월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 성폭행건과 여비서 성추행건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보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