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급 리무진 반입 경로를 추적해 지난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남북정상회담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렉서스 LX 570 등을 타고 등장했다. 고급 리무진 차량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북한으로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품목들이다.
NYT는 미국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보고서와 자체 취재를 통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2대가 북한으로 들어간 경로를 밝혔다. 이 차량들은 지난해 6월 네덜란드의 로테드담에서 배에 실린 뒤 올해 1월 평양에서 모습을 다시 확인됐다. NYT는 이 차량들이 네덜란드, 중국, 일본, 한국을 거쳐 러시아까지 배로 옮겨진 뒤 북한 화물기를 통해 북한으로 최종 반입됐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항구에서 한 대에 50만달러에 달하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2대가 2개의 컨테이너에 적재됐다. 이 차량들을 누가 구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차이나 코스코시핑’ 그룹이 운송을 맡았다.
이 컨테이너들은 41일간의 항해를 거쳐 7월 31일 중국 다롄 항에 도착했고 8월 26일까지 다롄 항에 머물렀다. 이후 다시 화물선에 실려 일본 오사카 항을 거쳐 9월 30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컨테이너는 부산항에서 토고 국적 화물선 ‘DN5505’호로 옮겨져 러시아 나홋카 항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DN5505호는 10월 1일 부산항을 출항한 뒤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고 18일간 종적을 감췄다. AIS 차단은 제재 회피 선박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DN5505호가 다시 AIS를 켰을 때는 이미 한국 영해 내에 들어온 뒤였다. 배에는 2588t의 석탄을 적재하고 있었다.
DN5505호의 종적이 사라짐에 따라 배에 실려 있던 메르세데스 차량의 행방도 묘연해졌다. 그러나 단서가 있다. 지난해 10월 7일 나홋카 항에서 멀지 않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북한 고려항공 소속 화물기 3대가 그것이다. NYT는 메르세데스 차량이 이들 화물기를 통해 북한으로 수송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NYT는 고려항공 소속 화물기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은 이례적이고, 이들 화물기는 김 위원장의 해외 순방시 전용차를 운송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에 적재됐던 것과 동일한 차종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이 올해 1월 31일 평양 노동당 청사로 이동하는 것이 포착됐다. 당일 김 위원장의 예술 대표단 사진 촬영에도 동일한 차량이 등장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러시아 나홋카 항에서 석탄을 싣고 포항에 입항한 DN5505호를 억류해 조사 중이다. 정부는 이 선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미국 측의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