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최소실책…올해 최다’ 한동희 실험패착…떠돌이 포지션

입력 2019-07-17 09:46 수정 2019-07-17 10:44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16일 광주 경기다.

롯데는 1회초 공격에서 선취점을 뽑아냈다. 그러나 곧바로 1회말 수비에서 5실점했다. 실책이 문제였다.

롯데 유격수 신본기(30)는 선두타자 김주찬의 평범한 타구를 포구과정에서 놓쳤다. 또 똑같은 실수를 한 번 더 저질렀다. 다행히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공식 기록에 등재되지 않았다.

롯데는 올 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실책이 가장 많은 팀이다. 92경기 동안 74개를 범했다. 반면 상대팀인 KIA와 두산 베어스는 57개에 불과하다. 17개의 차이가 난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실책 1위였다. 144경기에서 지난해 117개의 실책을 범했다. 최소 실책팀인 두산의 77개보다 40개가 많았다.

롯데는 원래 실책 왕국일까. 그렇지 않다. 롯데는 2017년 최소 실책 1위팀이었다. 당시 86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올해와 2017년 롯데 내야는 왜 다를까. 고정화 여부다.

2017년에는 선발 출전하는 롯데 내야수들이 거의 일정했다. 1루수에는 이대호가 선발을 맡았다. 2루수에는 앤디 번즈가 고정 배치됐다. 유격수에는 문규현이 선발로 많이 배치됐다. 3루수엔 김동한과 신본기가 번갈아 맡았다. 황진수가 가끔 기용되기도 했다.

올해 롯데 내야수 현황을 보자. 2루수로 나선 선수가 무려 11명이다. 가장 많이 나왔던 카를로스 아수아헤는 퇴출됐다. 오윤석, 강로한, 김동한, 고승민, 신용수, 제이콥 윌슨, 전병우, 황진수 등이다. 특히 외야수로 변신한 정훈까지 2루수에 기용하는 파격까지 보였다.

3루수에는 10명의 내야수가 선보였다. 물론 한동희가 37경기로 가장 많이 배치됐다. 강로한, 윌슨, 문규현, 배성근, 김동한, 오윤석, 황진수, 전병우, 신본기까지다.

1루수를 보자. 7명이 등장했다. 전문 1루수라고 할 수 있는 이대호와 채태인을 비롯해 오윤석, 정훈 등이 나왔다. 그런데 전문 1루수가 아닌 한동희와 허일, 윌슨까지 돌아가며 맡았다.

유격수 포지션에는 6명이 출전했다. 주전 유격수 신본기를 비롯해 강로한, 신용수, 배성근, 전병우, 김동한 등이다.

신본기는 유격수에서 11개의 실책을 범했다. 전체 4위다. 선발 출전이 들쭉날쭉해지면서 실책이 늘고 있다. 강로한은 3루수로서 3개, 2루수로서 3개, 유격수로서 3개를 범했다.

한동희는 8개다. 3루수에서 7개, 1루수 자리에서 1개다. 나종덕이 포수 자리에서 5개나 기록했다. 오윤석은 1루수로서 3개, 유격수로서 1개, 2루수로서 1개다. 이처럼 모든 선수들이 포지션별로 실책을 기록했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자신만의 포지션이 고정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출전마저 드문드문 이뤄지다보니 낯선감마저 들기도 한다.

이같은 롯데 내야 수비의 문제는 양상문 감독의 ‘한동희 키우기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시즌 초반 한동희를 키우겠다며 3루수에 배치하다보니 다른 내야수는 설 자리가 없었다. 실전 경험을 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말그대로 포지션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거의 매 경기 실책이 발생하고 그렇게 롯데는 꼴찌의 자리에서 2개월 가까이 머물고 있다. 한동희 실험의 실패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때다. 더 이상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