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합법화 가능성 열었다…택시 업계 반발은 ‘기여금’으로 설득

입력 2019-07-17 09:00
택시 감차분 만큼만 사업 허가권 부여
택시 기사 자격 갖춰야만 운전 가능
플랫폼 업체 수익은 ‘기여금’으로 납부
택시 면허권 매입·복지기금으로 활용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다. /권현구 기자

정부가 타다 등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에 사업 허가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연간 900대씩 택시를 감차하는 대신 이 분량만큼만 플랫폼 차량을 운영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식이다. 택시 종사자격을 갖춘 이들만 플랫폼 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일종의 ‘진입장벽’도 만들었다. 플랫폼 업체가 얻은 수익 중 일부는 다시 ‘사회적 기여금’ 형태로 납부해 기존 택시의 면허권을 매입하는 재정으로 활용한다. 택시 업계와의 ‘상생’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17일 관계 부처 장관급 회의와 당정협의를 거쳐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택시와 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 사이의 갈등을 좁히기 위한 일종의 ‘상생안’이다. 지난 1월 22일부터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어 논의를 이어갔고, 지난 3월 택시업계와 플랫폼 업체 간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큰 줄기에서의 합의점을 도출한 데 따른 결과물이다.

상생안의 핵심은 타다와 같은 플랫폼 업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이다. 기존 택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법적으로 정해진 보험이나 안전기준이 따로 없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누구나 제도적 틀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상생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도 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키로 했다. 대신 현재 연간 900대씩 줄이고 있는 택시의 수만큼만 운영가능 대수를 정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안전 규정과 보험을 갖추고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야만 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플랫폼 택시 기사는 일반 택시기사와 같은 자격을 보유한 이들만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성범죄·마약·음주운전 경력자는 배제하는 식이다. 국토부는 “기존 택시를 포함한 운송서비스의 과잉공급을 막고 국민 편익을 위해 허가 총량은 이용자 수요, 택시 감차 추이를 고려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영업 허가를 받은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실제로 운영하는 차량 대수와 횟수 등에 따라 납부 규모다 달라진다. 구체적인 기여금 액수와 납부 방식을 정해지지 않았다. 기탁금 형태의 일시납 외에도 초기부담을 낮춘 대당 정액제, 매출액 연동제와 같은 분납 방식도 만들어 다양한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플랫폼 운송사업자로부터 받은 기여금을 택시 감차 및 택시기사 복지에 활용한다. 기존 택시 면허권을 매입하는 재정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택시와 플랫폼 서비스 간 상생을 추진한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별도의 기여금 관리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모델은 추후 연구용역을 통해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택시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법인·개인 택시가 쉽게 가맹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면허대수 기준을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춘다. 규모를 키워 브랜드 택시로 성장토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택시 외관과 요금을 다양화해 서비스의 질도 높인다.

카카오T와 같이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 앱 플랫폼 사업도 제도권 안에 들인다.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검증된 사업도 기존 제도에 반영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양한 혁신이 시도돼 국민들의 편익이 높아질 것이다. 기존 택시와 플랫폼 서비스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