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서준원, 30세 신본기 감쌌다’ 실책 2개에도 선배 보듬다

입력 2019-07-17 08:47 수정 2019-07-17 10:38
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16일 광주 경기다.

롯데는 1회초 공격에서 전준우(33)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롯데 선발 투수는 고졸 신인 서준원(19)이었다. KIA 선두타자 김주찬을 상대로 2구째를 던져 유격수 방향 땅볼을 유도해냈다. 신본기(30)가 왼쪽으로 달려가며 가볍게 처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공은 야속하게 신본기의 글러브 밑으로 빠져나가 발에 차였다. 신본기는 2루수 방향으로 계속 쫓아가봤지만 송구조차 할수 없었다. 실책이다. 서준원은 웃으며 신본기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신본기의 실책은 곧바로 프레스턴 터커의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신본기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비가 계속 내리는 동안 또다시 2사 1루 상황에서 유격수 땅볼이 왔다. 이번에도 야속하게 신본기의 글러브를 튕겨 나갔다. 급하게 잡아 1루에 송구했지만 결과는 세이프였다. 그리고 서준원은 추가 3실점했다.

5실점이나 했다. 이닝을 마무리한 뒤 서준원은 마운드에서 내려와 빠르게 덕아웃 앞으로 갔다. 선배 신본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양손으로 살며시 감쌌다.

하늘도 서준원의 행동에 감동했는지 비는 계속 내렸고, 경기는 우천 취소됐다.

서준원이 선배 야수의 실책을 감싸안은 것이다. 롯데 일부 투수의 경우 동료가 실책을 하면 얼굴이 상기되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투수들이 있다. 김원중이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투수는 성공할 수 없다.

서준원은 이날 비록 5실점했지만, 대범한 행동으로 30세 선배 야수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늘은 크게 맞았지만 미래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자질 한 가지를 보여줬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