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나는 전적으로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북핵 속도조절론을 재차 꺼내 들었다. 이어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아마도 그들(북한)과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전 세계를 위해 매우 좋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문제를 연계한 직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주장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에 대한 비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다만, 그는 “시간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7월 중순쯤으로 예상됐던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회동 직후 실무협상 재개 시점을 ‘2∼3주 후’라고 전망했다. 이 시간표의 시한은 이번 주말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북) 제재는 하나도 빠짐없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에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북·미 회동과 관련해 “계획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회동 하루 전에 내가 ‘우리는 여기에 있다. 김정은에게 인사하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판문점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어 “그것은 훌륭한 만남이었고, 좋은 소통이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기대한다”면서도 협상에 “시간을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연계 방침을 들고 나오자 북·미 실무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물론 협상을 재개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진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항상 (북한과) 대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그러면서 “진전이 일어날 수 있도록 (협상에) 시간과 여유를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북·미는 한·미 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놓고 물밑 힘겨루기를 펼치는 것으로 전망된다. 판문점 북·미 회동 이후 순조롭게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실무협상에 한·미 군사훈련이 돌발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북한이 문제 삼는 한·미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방부는 “한·미는 이번 가을 연합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이 연합훈련은 한·미 동맹과 한반도 방위에 미국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지명자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한·미 군사훈련은 주한미군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서면답변서는 북한의 주장이 발표되기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 훈련에 대한 미 국방부의 원론적인 설명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한·미 훈련을 취소하지 않고, 일정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북한과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