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한·일 양국의 무역정책 수장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장관급 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성 장관은 오후 늦게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는 수출 관리 차원이지 대항조치가 아니다’는 취지의 세코 경제산업상 발언을 언급하며 “이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세코 경제산업상도 수출규제 조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신뢰관계 훼손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일본 정부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관련 양국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역관리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세코 경제산업상도 수출규제 조치 배경으로 ‘신뢰관계 훼손’을 언급한 바 있다. 성 장관은 “일본 측이 (한국에서) 부적절한 사례가 있어 수출규제 조치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조치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 장관은 또 “수출 허가 판단 운용에 대해서는 국제기구의 검증을 받아야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는 세코 경제산업상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을 이어갔다. 성 장관은 “일본 측이 구체적 근거 제시 없이 한국의 수출 통제의 문제점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 등의 국제기구 공동조사를 요구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자신 있으면 한국 제안에 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날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관련시켰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이런 지적은 전혀 타당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해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성 장관이 직접 오후 늦게 일본 측 무역 수장을 비판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만 성 장관은 “양국의 산업, 무역정책의 수장으로서 나와 세코 경제산업상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를 유지 발전시켜나갈 의무가 있다”며 “언제 어디서든 (세코 경제산업상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본 측에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