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정미경 최고위원의 ‘세월호 발언’을 두고 막말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비판을 수용하기보다 맞서는 쪽을 택했다. 정치권과 세월호 유가족 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진 상황에서 해당 발언을 막말이라 규정한 언론사에 반론보도를 신청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도부 안에서도 ‘이번 발언은 막말이 아니다’란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잇따른 논란으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지도부가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에서 정 최고위원의 발언을 막말이라 보지 않는 것 같다. (해당 발언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문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지 세월호를 비난한 말은 아니지 않느냐”며 “지도부 차원의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은 이번 논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지도부가 뒤로 빠진 대신 당의 언론 관련 기구인 미디어국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디어국은 입장문을 통해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막말이 아니란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관련 보도 30여건에 대해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는 정 최고위원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이순신 발언’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상의 댓글을 인용해 “어찌 보면 (이순신보다) 세월호 한 척 가지고 이긴 문 대통령이 낫다더라”라고 했다.
발언 직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으로부터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 사회적 참사를 부적절하게 거론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상황을 꼬집는다는 취지였다지만 정 최고위원도 결과적으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셈이 됐다는 지적이다. 정 최고위원은 “과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주자고 주장했던 게 나다. 그 아픔에 누구보다도 공감하고 있다”라며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 막말이라면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고맙다’고 적은 문 대통령도 막말을 한 것이냐”고 말했다.
사태가 커지자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도부의 대처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권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논란이 확장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한데 지도부가 남 일처럼 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