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대회가 한국에서 다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까. 최근 오버워치 리그 지휘봉을 잡은 피트 블라스텔리카 커미셔너는 “오버워치 리그와 한국은 매우 특별한 관계”라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16일 서울 강남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화상 콘퍼런스에서 피트는 “내년부터 오버워치 리그가 각 홈구장에서 진행되면 한국에서도 경기를 하게 된다”면서 국내 오버워치 대회 흥행을 자신했다.
“e스포츠가 한국에서 발생했고 계속 발전해왔다”면서 한국에 대한 존중을 드러낸 피트는 “저는 한국에서 나오는 e스포츠 스토리를 좋아한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해 글로벌 리그에서 활약하는 걸 매우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오버워치 리그가 각 홈구장에서 진행되면서 한국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많은 팬들이 모여 어느 정도 홍보가 되고, 방송 뷰어십에도 기여할 거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서울 팀 자체로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뷰어십을 어떻게 올릴지 고민할 것이다. 우리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2016년 5월 출시된 오버워치는 오랜만에 블리자드가 새 IP(지식재산권) 게임을 내놨다는 기대감으로 국제적인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오버워치는 국내에서도 스타크래프트 열풍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며 한때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OGN과 협업 하에 ‘오버워치 에이펙스’를 론칭해 대회화의 첫 걸음을 뗐다. 한때 ‘보는 재미’에서 의문을 자아냈지만 옵저버 팀의 팀워크가 구색을 갖추며 차츰 극복해나갔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 대리 및 불법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블리자드가 대회의 중심축을 미국으로 옮기면서 국내에서의 열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후 컨텐더스 등의 대회가 자리 잡았지만 이전만큼의 활기를 되찾지는 못했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북미 오버워치 리그의 성공적인 정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의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의 인기 하락을 마냥 방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단 인재 풀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올해 오버워치 리그 스테이지1 우승, 스테이지2 준우승 등으로 화제를 낳은 밴쿠버 타이탄즈는 전원 한국인으로 구성돼있다. 뉴욕 엑셀시어, 런던 스핏파이어 등 전통 강호들 역시 전원 한국인 선수로 로스터가 짜여있다. 지난 5월 진행된 올스타전만 봐도 총 36명의 출전 선수 중 24명이 한국인이었다. 66%의 비중이다.
이날 블리자드는 세계적인 인기 확산의 큰 그림을 공개했다. 면면을 살펴보면 국내 인기 재창출을 위한 의지 또한 강하게 묻어났다. 블리자드는 본격적인 연고지 시스템을 통해 대회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례로 지금까지 미국 LA 경기장에서 주 4일에 걸쳐 경기를 치렀던 방식이 내년부터 좀 더 프로 스포츠에 맞는 구색을 갖춘다. 블리자드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오버워치 리그는 내년부터 홈 앤드 어웨이(Home & Away) 지역 연고제를 시행한다. 자연히 서울 다이너스티의 홈 경기는 서울에 조성되는 경기장에서 열릴 전망이다. 피트는 이에 따라 국내 팬들의 관심이 올라가고 시청자 뷰어십도 올라갈 것이라 기대했다.
내년에는 2월부터 8월까지 별도의 스테이지 구분 없이 정규 시즌이 다이렉트로 진행된다. 스테이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주기별 결산 성격의 플레이오프 또한 사라진다. 이 모두가 마지막 한 번의 플레이오프로 통합된다.
구체적인 내년 대회 스케줄이 나온 건 아니지만, 권역별로 구분한 리그의 큰 틀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내년부터 오버워치 리그는 2개 컨퍼런스와 산하 4개 디비전으로 구분된다. 각 디비전에는 5개 팀이 분배된다. 가령 서울 다이너스티는 태평양 컨퍼런스(Pacific Conference) 산하 동부 디비전(East Division)에 들어가 청두, 광저우, 항저우, 상하이와 묶인다. 피트는 “글로벌 리그가 되면서 이동 거리가 길 수 있는데, 디비전이 4개로 나뉘면서 가까운 지역끼리 묶이면 대륙간 이동을 최소화하는 스케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비자 문제에 대해서 피트는 “자신있다”고 했다. 그는 “리그가 시작될 때부터 비자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왔다. 운영팀이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할 거라 기대한다. 또한 각 팀 운영자와 오너가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리자드가 올해 일부 팀을 대상으로 야심차게 시행하고 있는 ‘홈스탠드(Homestand)’ 또한 연고지 기반의 시스템과 연계해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홈스탠드란 각 팀이 돌아가며 자신의 홈 경기장에 다른 팀들을 초청해 여러 차례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댈러스, 애틀란타가 홈스탠드 시리즈를 기획해 좋은 호응을 얻었다. 오는 25, 26일 양일간엔 LA 발리언트가 홈스탠드를 진행한다. 내년에는 서울을 포함한 모든 팀들이 총 52회의 홈스탠드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피트는 “댈러스와 애틀란타의 홈스탠드에서 각각 4500, 3000석이 전부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면서 “홈스탠드를 주기적으로 열면서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오버워치 리그를 총괄했던 네이트 낸저가 블리자드를 떠나면서 피트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됐다. 낸저는 오버워치 리그 초창기 디자인을 설계하며 지금의 생태계를 조성했다. 피트는 “전임자가 한 일에 대해 감사하다. 오버워치 리그의 초창기 디자인을 설계했고, 비전과 근간을 만드신 분이다. 저는 커미셔너가 되기 전에 오버워치 리그 운영을 전담해왔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쭉 지켜봐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목표는 안정적으로 오버워치 리그를 성장하고 지속하는 것이다. 관중들과 여러 파트너들, 제휴사들의 모든 것을 충족하고 싶다. 무엇보다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리그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