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부그룹 창업주인 김준기(75) 전 DB그룹 회장 수사를 요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청원 게시자 A씨는 자신을 성폭행 피해자의 자식이라고 소개하며 울분을 토했다.
‘DB그룹 전 회장 김준기의 성범죄 피해자 가족입니다. 제발 그를 법정에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1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성폭행 피해자의 자식”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A씨는 “가해자와 수사기관의 반응이 미적지근해 더는 참을 수 없어 언론 보도와 함께 청원을 올리게 되었다”고 글을 쓴 계기를 밝혔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어머니를 성폭행한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이혼 이후 자식 둘을 떠안은 어머니가 조그만 식당을 했지만 실패한 뒤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며 “하지만 어머니는 자식들을 건사해야 했고 몸도 추스르시지 못한 채 더 나은 일자리를 찾던 도중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광고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로 취직한 곳은 김 전 회장의 집이었다. A씨는 “어머니는 숙식이 해결되고 월급도 많이 받아 열심히 일하면 작은 종잣돈을 마련해 일어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좋아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와중에 김 전 회장의 성범죄가 시작됐다. 그는 “처음에는 김준기가 노골적이지 않았다. 초반에는 성추행으로 보이는 일부 행동이 있었지만, 어머니가 차갑게 바라보면 ‘아이쿠! 미안해’라며 얼버무렸다”며 “어머니가 관리인에게 울면서 이 사실을 말하기도 했지만, 관리인은 ‘회장님이 서민적이고 장난을 좋아해서 그렇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저는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왜 그때 눈치채지 못했는지 자식인 제가 죄인”이라고 한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 전 회장의 성범죄 수위는 높아졌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수개월 동안 외국에 다녀온 뒤 일본의 음란물 비디오와 책을 사서 본 뒤 어머니에게 음란물 내용과 감상평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어머니에게 ‘유부녀들이 강간당하는 걸 제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추행을 거듭하던 김 전 회장은 성폭행을 저질렀다. 한동안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당하던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김준기의 언행을 녹음했다. 그러다 김준기가 한 번 더 성폭행하려하자 집을 뛰쳐 나왔다”고 했다.
A씨는 “김 전 회장과 그의 하수인들은 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에게 그때 그 일들은 합의 하에 있었던 일이라며, 자신들은 오해를 살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안에서 보고 들은, 어머니와 관련 없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끝으로 “어머니는 그 집에서 나오면서 들었던 말을 해주셨다”며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고발당하면 끝이지만, 경제인들은 그냥 잊힐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김 전 회장은 경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막강한 재력을 이용해 여권이 무효가 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호의호식하며 지냈다”며 “경찰 쪽에 방법이 없냐고 물어보았지만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고, 김 전 회장이 국내에 들어오면 공항에서 바로 체포된다는 하나 마나 한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준기가 본인 말대로 그렇게 떳떳하다면 합의하자는 말하지 말고, 핑계 대지 말고, 즉시 귀국하여 수사받고 법정에 서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김준기를 체포해 주셨으면 한다”고 글을 마쳤다.
앞서 JTBC는 15일 김 전 회장이 지난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2017년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회장 측은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 “성관계는 있었지만 서로 합의된 관계였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의 어머니에게 이미 합의금을 건넸으나 거액을 추가 요구받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한 작성자 어머니의 불순한 의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이 해고당할 시점에 생활비로 220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라며 반박했다. 오히려 김 전 회장이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입막음을 시도했다며 계좌 내역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JTBC는 전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