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우리 군 안팎에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월 초로 잠정 결정된 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은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한국군 역량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은 16일 “판문점 조미(북·미)수뇌상봉을 계기로 조미 사이의 실무협상이 일정에 오르고 있는 때에 미국은 최고위급에서 한 공약을 어기고 남조선과 합동군사연습 ‘동맹 19-2’를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이런 입장을 내놨다. 북한 외무성은 “우리는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조미실무협상개최와 관련한 결심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합동군사연습중지는 미국의 군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에서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공약하고 판문점 조미 수뇌상봉 때에도 우리 외무상과 미 국무장관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거듭 확약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판문점 조미 수뇌상봉이 있은 때로부터 한 달도 못 되어 최고위급에서 직접 중지하기로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6·12 조미 공동성명의 기본정신에 대한 위반이며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문제 삼은 합동군사연습은 오는 8월 5일부터 진행 예정인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이다. 군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이 이뤄지는 것으로 이번 연합연습이 준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OC 검증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 한국군 주도의 전시(戰時) 대응이 가능한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연습은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한국군 4성 장군이 주도하는 것으로 한·미 양국 군 당국이 준비 중이었다. 전작권 전환 이후엔 한국군 대장이 연합군사령관을, 미군 대장인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령부 체제로 바뀌는데 이 체제로 바뀌어도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것이다.
오는 8월 첫 검증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0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2021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단계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이전에 전작권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만약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을 위해 이 연습을 축소 또는 유예한다면 전작권 전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현재로선 잠정 결정된 8월 연합연습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일정 변경이나 연습 유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