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압류 日자산 매각 진행 …日, 추가 보복 예고

입력 2019-07-16 17:23 수정 2019-07-17 12:01
지난달 27일 정기 주총이 열린 미쓰비시 중공업의 일본 도쿄 본사 앞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관계자들 및 징용 피해자의 변호인단이 징용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를 취할 방침을 밝혔다. 특히 오는 18일로 다가온 일본의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청와대가 수용 거부를 드러냄에 따라 자산 매각 신청 등 구체적인 조처를 계기로 일본도 추가 보복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에 피해가 미치는 일이 생길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 통신은 고노 외무상이 보복 조치를 취할 생각을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노 외무상은 또 “한국 측에 국제법 위반을 시정할 것에 대해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면서 “일본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 5명에게 미쓰비시 측이 1인당 1억~1억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지만, 미쓰비시 중공업은 판결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세 차례나 화해 요구를 했지만 끝내 외면했다.

결국 대법원 판결 이후 올해 3월 대전지방법원은 ‘미쓰비시 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해 달라’는 원고(피해자) 측 신청을 받아들여 미쓰비시의 한국 내 상표권과 특허권 등 총 8억원에 달하는 자산 압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측은 협의에 응하라며 기한으로 제시한 15일까지 미쓰비시 측으로부터 답변이 없자 이날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쓰비시 측은 NHK 등을 통해 “일본 정부와 손잡고 적절히 대응해 나가고 싶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과 관련해 지난 4일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규제라는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한 일본 정부는 원고 측의 후속 조치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추가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대해 청와대가 이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보복 조치 역시 확실시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한국에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청구권협정 제3조 제2항은 협정 이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측에서 중재위 설치를 요구하면 30일 안에 양국이 각각 중재위원을 선임한다고 돼 있다. 한국 정부가 한국쪽 중재위원을 선임하지 않으면서 이 조항에 따른 중재위 설치는 불발됐다. 그러자 일본은 협정 제3조 3항에 따라 30일 내에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는데, 이에 따른 답변 시한이 18일이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는 “특별한 답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원고 측이 자산 매각 신청 등 구체적인 조처를 취하는 것을 계기로 추가적인 보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