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정치 편향 논란 이어졌던 공안(公安), 결국 역사속으로

입력 2019-07-16 17:21

검찰이 56년 만에 ‘공안(公安)’이라는 이름을 버린다. 검찰은 그간 공안의 이름 하에 선거·노동 사건을 폭넓게 다뤄 왔지만, 앞으로는 ‘공공수사’라는 명칭으로 바꾸면서 대공·테러 등 본연의 영역에 보다 집중키로 했다. 그간 공안부가 담당해온 정세 분석 등 구시대적 업무도 과감히 걷어내기로 했다. 다만 ‘공안통’들은 “명칭만 변경될 뿐, 헌법과 국가 체제를 수호하는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정안전부는 16일 검찰이 써 오던 ‘공안’ 명칭의 변경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검찰청 공안부는 공공수사부로, 대검 공안 1·2·3과는 각각 공안수사지원과·선거수사지원과·노동수사지원과로 바꿔 불리게 된다. 서울중앙지검의 공안 1·2부와 공공형사수사부는 공공수사 1·2·3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1963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 처음 만들어졌던 ‘공안부’의 이름이 56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그간 공안 수사는 이념적·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수사 일부는 바로잡혀야 할 과거사로 남았고, 이 때문에 공안 검사들을 ‘정치검사’로 비난하는 분위기도 사회적으로 형성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공안 수사란 집단과 계층의 갈등에서 검찰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셈이라서 자주 비판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사건은 ‘노동 탄압’, 선거사건은 ‘정치 수사’, 간첩 사건은 ‘증거 조작’이라는 공격이 많았다”고 했다.

검찰은 공안이라는 말에 대한 나쁜 선입견, 시대 변화에 따른 업무 변화 필요성 등을 고심해 왔다. ‘중국 공안’과 이름이 겹치는 점도 고민이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취임 때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과 사회현상에 비춰 보면 공안부가 하는 역할이 필요하지만, 공안부 기구가 과대하다는 지적은 알고 있다”며 개혁 필요성을 말했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검찰이 선택한 것은 이름부터 바꾸는 일이었다. 공안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개념으로만 한정해 쓰고, 선거와 노동을 아우르는 수사는 공공수사라 부르겠다는 취지였다.

예고된 개정안에서는 대검 공안기획관의 업무 가운데 ‘공안 정세분석 및 공안 관련 출판물·유인물 분석’이 삭제됐다. ‘학원, 사회·종교단체 관련 사건’ 전담도 폐지됐다. 과연 ‘공공의 안녕’에 부합하는 일이냐는 비판이 많았던 업무들이다. 그간 공안 수사의 풍경도 많이 변화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협의과정을 민주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노동 자문단을 만드는 한편 선거법과 노동법과 관련한 해설서를 펴내 사건처리에 참고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수사 전문 검사 교육이 대검에서 진행된 것도 1년을 넘었다.

애초 검토된 건 공익부(公益部)라는 이름이었다. 검찰이 “다른 검찰 부서들도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한다”는 반론을 펴면서 공공수사부라는 명칭이 결정됐다. 1996년부터 공안 수사를 담당해 ‘공안통’으로 불리는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시대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명칭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안의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 검사들이 부정부패를 처단했고 형사·강력부 검사들이 민생을 보호했다면, 공안 검사들은 국가 체제 수호에 큰 역할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이경원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