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硏, 국제법상 쟁점 정리 보고서 발간
GATT 5개 조항서 법적 다툼 벌어질 듯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놓고 한·일 양국이 치열한 법리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법의 5개 조항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3개 조항은 한국 정부의 공격 카드로 꼽힌다.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이에 맞서 일본 정부는 안보와 관련된 2개 조항을 골격으로 삼아 당위성 설파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분쟁해결 절차를 진행할 때 대비해야 할 대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6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에 대한 국제통상법적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WTO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한다는 걸 전제로 쟁점 법안을 분석했다.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의 수출 제한 외에 안보 상 우방국 지위인 ‘화이트 리스트 국가(백색국가)’에서 제외라는 최악 경우까지 감안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일의 격돌지점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조문 가운데 5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GATT는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제소국의 이의제기가 합당한지 검토할 때 쓰이는 잣대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3개 조항이 공략 포인트다. GATT 1조1항에 근거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게 타당한지를 따질 수 있다. 조항에 따르면 수출 특혜, 즉 최혜국대우를 철회하는 것도 예외적 사유가 없다면 원칙적으로는 금지된다.
WTO 회원국 간에 ‘일관적이고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통상 관련 제도·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10조3항도 한국이 일본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한국만 ‘콕’ 집어 제재를 가했기에 위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출 물량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11조1항도 한국에 유리한 규정이다. 단, 실제 수출 물량이 줄었다는 자료가 필요하다.
일본은 안보와 관련된 20조 및 21조를 반격 카드로 쓸 확률이 높다. 이 조항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면 수출 제한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치를 취하기 전에 이해당사국 간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자국에 정말 필요한 조치인지를 증명할 필요성도 있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한국 정부가 역공을 할 수 있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WTO 제소 이전에 양자·다자 차원의 외교적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과 같은 ‘상응 조치’ ‘맞불’은 향후 보복조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