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따라하는 아베 총리, 모호한 국가 안보 이유로 한국 수출 규제”

입력 2019-07-16 16:4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가 안보 등의 모호한 이유로 관세폭탄과 수출제한 조치를 남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모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국제 무역 시스템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웃고 있다. AP뉴시스


NYT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연관시켰다.

NYT는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세계 정상들 앞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는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근간”이라고 말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균열시켜온 글로벌 무역질서를 강력히 옹호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그로부터 이틀 후 국가 안보에 대한 모호하고 특정되지 않은 우려를 언급하며 전자 산업에 필수적인 화학 소재에 대한 한국의 접근을 제한하며 자유무역에 타격을 가한 세계 지도자 대열에 합류했다고 NYT는 비꼬았다. NYT는 “아베 총리의 행보는 무역을 곤봉으로 전환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미국과 러시아처럼 무역 차단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국가 안보를 꺼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도 한국과 사드 갈등이 빚어졌을 때 무역을 무기로 삼았다.

일본 전문가인 진 박 로욜라 매리마운트 대학 교수는 “심각한 문제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슈와 관련해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기 위해 무역이나 경제적 이해를 무기화하는 추세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타당한 불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무역 조치는 그런 불만들을 다루는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일본을 비판했다.

홍콩 중문대의 국제무역법 전문가 브라이언 머큐리오 교수는 “미국이 최근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 제재를) 하지 않았는데,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제재를) 했다면 매우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본보기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NYT는 일본의 행보는 수십 년간 무역과 경제 성장의 근간이 됐던 국제 무역 질서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스탠퍼드대에서 한·일관계를 연구하는 대니얼 스나이더는 “일본이 안보를 이유로 한국에 수출 제한을 하면서 정말로 물을 흐렸다”면서 “만약 한국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어떤 해법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