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미쓰비시)·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국내 압류자산에 대한 매각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법원은 일본제철에 대해 매각 전 기업 측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 중이고, 미쓰비시에 대해서도 조만간 압류자산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에서는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를 놓고 외교와 사법 영역을 구분해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단은 16일 “미쓰비시의 국내 자산에 대한 매각명령 신청을 조속한 시일 내에 법원에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15일까지 미쓰비시가 배상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압류자산 매각 등 후속조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며 “그럼에도 미쓰비시는 아무 조치 없이 일본정부 뒤에 숨어 우리 요구를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확정판결 이후 미쓰비시의 국내 상표권 2건, 특허권 6건 등에 대한 압류절차를 대전지법에서 진행해왔다.
미쓰비시는 지난 1월과 2월, 6월 세 차례에 걸친 대리인단의 교섭 요청에 모두 불응했다. 피해자들이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를 찾았지만 끝내 화해 논의를 거부했다. 미쓰비시는 같은 날 서울고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패소한 사건에 대해선 상고했다. 대리인단 관계자는 “미쓰비시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고령의 원고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어 매각 절차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패소 판결한 일본제철의 국내 압류자산 매각 절차는 이미 진행 중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8일 “매각 명령 신청과 관련해 60일 이내 서면 의견서를 제출해달라”는 내용의 심문서를 일본제철에 보냈다. 일본제철이 심문서 수령을 거부하거나 의견서를 내지 않더라도 법원이 매각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매각 허가가 이뤄질 경우 이 사건을 심리 중인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일본제철의 국내 보유 주식 중 압류된 부분(약 9억7000만원)을 경매 등 절차를 거쳐 현금화하게 된다.
피해자 측 대리인 김정희 변호사는 “일본 정부의 경제 제재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는 별개”라며 “외교와 사법 문제를 분리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도 이날 일본 기자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일본 기업들은 한국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달라”며 “일본최고재판소도 피해자에 대한 자발적 보상을 촉구했다. 각국 사법부 판단을 따르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