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폭언에 눈물짓고, 주말 출근 강요하고…학내 갑질문화 ‘여전’

입력 2019-07-16 15:28

학교 교장이 “운전을 못 한다”며 귀가 시 수시로 부장교사에게 태워 달라고 요구하는 등 학교 내 갑질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지난 1~11일 대전 지역 교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갑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조사 방법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경우 학내망인 ‘dje메신저’를 이용했으며 중·고등학교는 업무포털 내부메일을 플랫폼으로 사용했다.

설문은 학교 내 갑질문화 실태를 알아보는 필수 문항과 실제 갑질사례 제보를 받기 위한 선택 문항으로 이뤄졌다.

필수 문항 설문에는 유치원 3곳, 초등학교 93곳, 중학교 21곳, 고등학교 26곳, 특수학교 3곳 등 총 146개교 267명이 응답했다.

선택 문항은 초등학교 6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3곳, 특수학교 1곳 등 총 11개 학교에서 16명이 실명으로 갑질 사례를 제보했다.

필수 문항인 갑질문화 실태 설문조사 항목 중 ‘학교 관리자가 불필요한 사전 구두결재를 요구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3.3%인 89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자결재가 안착했음에도 대면 결재를 강요, 교직원을 통제하는 의미라고 전교조는 설명했다.

또 응답자의 30%는 외출·조퇴·병가 및 휴가 등을 사용할 때 관리자가 사유를 자세히 물어봐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현행 법령 상 교직원 휴가는 학교 운영에 지장이 없는 한 사유와 관계없이 승인해야 한다.

응답자의 23.6%는 인사(자문)위원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예산을 독단적으로 집행한다는 의견도 13.5%에 달했다. 특히 ‘관리자가 특정 업체의 물품을 구입하라고 강요한다’고 털어놓은 응답자도 7.9%에 이르렀다.

이밖에 회식·교직원연찬회 등 친목회 행사 참여를 강요한다는 응답은 22.1%, 학교 관리자가 반말 또는 고압적인 말투와 태도로 업무 지시를 한다고 말한 교직원도 22.5%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적인 업무를 시키거나 개인적인 일에 교직원을 동원하는 경우는 8.2%,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 외부강사 채용 시 특정인을 채용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는 4.9%, 학교 관리자가 학교물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다는 의견은 4.5%의 응답률을 보였다.

실명을 밝힌 구체적인 갑질 제보도 들어왔다.

갑질 사례 중에는 학교장이 운전을 못 한다는 이유로 귀가 시 수시로 부장교사에게 태워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기간제 교원이나 저경력 여교사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해 해당 교사가 울면서 교장실에서 나오는 일이 잦다는 제보도 있었다.

한 사립학교는 학교장이 법인 조경 사업 등을 이유로 교직원들에게 주말 출근을 강요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대전시교육청에 갑질 제보가 접수된 초등학교 6곳과 고등학교 2곳 등 8개교에 대한 행정지도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