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해외 4개국 순방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해 “우리의 국무총리도 정상급 외교를 할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며 “총리의 순방외교를 투톱 외교라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봐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길게 ‘총리 외교 강화’를 강조한 배경을 두고 대표적인 ‘지일파’인 이 총리에게 향후 일본과의 외교를 대비해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저는 총리가 헌법상의 위상대로 책임총리의 역할을 하도록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제가 총리 해외 순방에 대통령 전용기를 제공하는 것도 단순한 편의 제공의 차원을 넘어 총리 외교의 격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 들어 국정에서 외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갈수록 경제외교가 중요해지고, 그와 함께 평화외교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다”며 “정상외교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서는 다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대통령과 총리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정상급 외교무대에서 함께 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의 해외 순방과 관련해 “우리 정부를 대표해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타르 4개국을 공식 방문 중”이라며 이 총리가 지난해와 올해 총 24개국을 순방하게 된다고 일일이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원내각제, 입헌군주제 국가들도 정상외교를 투톱 체제로 분담하고 있다면서 “외교부뿐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서도 총리의 순방외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뒷받침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투톱 외교 외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다른 현안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여권 일각에서 이 총리의 일본 특사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이 총리의 대일 특사 가능성에 대해 “이 총리가 아마 지금 국내 있는 인물 중에서 일본을 제일 잘 아는 분 중에 한 분인 건 틀림없다”며 “지금 총리가 가야 할지 어찌할지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도 그걸 알고 계시기 때문에 적절한 시간을 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앞세운 ‘투톱 외교’를 강조한 것은 시점이 미묘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대일 외교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하면서 평상시 느낀 지론”이라며 “일각에서는 이 총리를 부각하면서 일본 외교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4강 외교 외에 신남방 외교 등 외교 수요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각국 정상들을 최대한 활용해 총력전을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