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끊길라… 트위터, 트럼프 인종차별에 “문제없다”

입력 2019-07-16 14:02 수정 2019-07-16 14:45
그림=전진이 기자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트윗이 자사의 콘텐츠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다. 하락세를 거듭해오던 트위터가 자사 영향력을 유지시켜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트위터가 혐오발언 규제 정책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위터가 전 세계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자사의 콘텐츠 정책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랜든 보르먼 트위터 대변인은 이날 문제의 트윗에 대해 “트위터의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백인·진보·여성 초선인 민주당의 하원의원 4명을 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트윗을 게재했다. 그가 언급한 4명의 의원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푸에르토리코계), 일한 오마르(소말리아계 무슬림), 라시다 틀라입(팔레스타인 난민 2세), 아이아나 프레슬리(비백인) 의원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이고,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난민생활을 하다 12세에 미국으로 온 오마르 의원을 뺀 3명은 모두 미국 태생이다. 멜팅팟(Melting Pot·용광로)으로 불리며 이민자들을 수용해 번영을 이룬 미국에서는 자국 시민권자에게 조상의 국가를 따져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비백인은 미국인이 아니다’라는 식의 인종차별적 공격으로 여겨진다.

트위터도 ‘인종이나 민족성, 민족적 뿌리, 성적 지향, 젠더, 젠더 정체성, 종교, 나이, 장애 또는 심각한 질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직접 공격하거나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콘텐츠 정책이 있다. 하지만 트위터 대변인은 규정 위반이 왜 아닌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위터는 지난달 세계 지도자들의 게시물이 자사의 규정을 위반한 트윗을 올릴 경우 이 트윗을 삭제하는 대신 라벨을 붙이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사용자들은 계좌 삭제 등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트위터는 이 정책을 도입하며 유명 정치지도자의 발언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권을 유지하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때문에 소셜미디어에서의 혐오발언 및 괴롭힘 연구자들은 트위터가 이 같은 정책의 시험대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WP는 전했다.

트위터의 트럼프 대통령 옹호는 자사 이익을 위한 ‘눈치보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트위터는 ‘140자의 마법’으로 불리며 소셜미디어 시대를 열었지만, 경쟁자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밀리는 밀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뿐 아니라 외교·안보 관련 사안, 외국과의 무역 분쟁까지 트위터로 입장을 밝히면서 트위터의 강력한 우군이 됐다.

2017년 한 리서치회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가치가 시가총액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 달러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트위터에게 미국 대통령은 ‘무료 광고’ 수단으로서,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핵심 동력이었던 셈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