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정신장애 아들 해외 유기한 ‘비정의 부모’ 검거

입력 2019-07-16 14:00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을 국내와 해외에 8년간 유기한 ‘비정의 부모’가 검찰에 붙잡혔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여조부·부장검사 윤경원)는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의 이름을 바꾼 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에 수 년간 유기한 혐의(아동복지법위반, 유기·방임)로 한의사인 아버지 A씨(47)를 구속기소하고, 어머니 B씨(48·주부)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부부는 소아조현병을 앓고 있는 둘째 아들 C군(14)을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4년간 필리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또 이들은 C군을 2011년 3월 경남 마산의 어린이집에 맡기고, 2012년 7월부터 2년간 충북 괴산군 모 사찰에 맡기고 돌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C군을 국내 어린이집과 사찰에 맡길 때 나이와 부모 이름, 주소 등을 일체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필리핀에 유기하는 과정에서 C군이 친부모를 찾지 못하도록 이름을 개명 후 ‘편부 슬하의 코피노’라고 속이고 필리핀 선교사에게 위탁한 뒤 C군의 여권을 가지고 귀국 후 자신들의 연락처를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C군은 필리핀 선교사가 운영하는 시설과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고아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경증의 자폐 수준이었던 건강상태가 중증의 정신분열로 악화됐고, 왼쪽 눈은 실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C군의 부모는 C군을 해외에 유기한 뒤 대학생인 장남과 함께 괌과 태국 등 해외여행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에서 C군은 “아빠가 또 다른 나라로 데려가 나를 버릴 것이니 아빠한테 보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C군의 부모들은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 능통자를 만들기 위해 필리핀에 유학을 보냈다”며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군에 대한 범행은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신문고 게시판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의 필리핀 선교사의 글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의 ‘아동유기 의심사건 수사의뢰’에 따라 드러났다.

검찰은 C군에 대한 조사와 함께 선교사 이메일 조사, 항공사 압수수색영장 집행, 후원금 송금계좌, 자금세탁, 거래내역 추적 등을 통해 부부의 범행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C군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통해 정신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며 “아동보호기관과 협력해 C군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심리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