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32년 만에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실태 조사 착수

입력 2019-07-16 13:35 수정 2019-07-16 14:42
부산시가 32년 만에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 실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부산시는 16일 소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조사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실태조사는 1987년 형제복지원 참상이 세상에 드러난 지 32년 만에 처음으로 공공 기관이 진행하는 공식 조사다.

시는 내년 4월 10일까지 9개월간 진행되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회에 계류 중인 ‘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 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형제복지원 특별법)의 통과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복지시설 등에 광범위하게 산재한 자료를 조사하고, 피해자 등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국가, 지방정부, 시민사회 차원의 지원 대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특히 형제복지원 생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실시, 형제복지원 입소 전 상황 및 입·퇴소 경위, 수용자 성별·수용 당시 연령·수용 기간 및 시기·노역의 종류·의식주 생활양태·신체적 가혹행위 등을 조사해 피해 정도 및 종류, 피해생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트라우마) 분석을 포함 피해생존자들의 현재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상태 등을 조사해 피해규모를 추정한다는 계획이다.

피해자 구술과 면접은 형제복지원 수용 경험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다. 공무원, 경찰, 시설 종사자 등 직·간접적으로 형제복지원과 관련된 인물도 조사 대상이다. 국가 공권력을 집행하는 계층의 책임 여부를 다루기 위해서다. 폐원 이후 형제복지원 수용인 삶의 궤적도 살펴본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내무부 훈령에 근거해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 단속이라는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 3000여명을 감금, 강제 노역, 폭행, 살인을 행한 인권 유린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이 자체 집계한 사망자만 해도 551명에 이른다. 일부 시신은 암매장됐고 유족 동의 없이 의과대학 해부 실습용으로 팔려나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오랜시간 잊혀져 있다가 지난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앞 농성과 국가인권위원회, 전국 사회복지관련 단체의 특벌법 제정 촉구 성명 등의 노력 끝에 공론화됐다.

앞서 시는 지난해 9월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과 관련해 오거돈 시장이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개최한 후 피해신고센터를 개소해 피해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올 3월에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진상규명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