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16일 경찰에 출석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몸싸움으로 고소·고발된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이다.
백 의원은 이날 오전 9시55분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도착해 “실질적인 피해자인 내가 여기에 선 것이 너무나 황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 형사 사법체계를 존중하기에 이곳에 왔다. 국회의 특권 아래 숨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늘 한국당 의원 2명도 소환된 것으로 아는데 함께 나와서 조사받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백 의원은 “한국당은 억울하다고 하는데 뭐가 억울한지 모르겠다”며 “설령 억울하다면 나와서 어떤 부분이 잘못이고 어떤 부분이 억울한지 밝혀야 한다. 나오지 못하면 뭔가 꿀리는 것이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함께 출석한 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물리적으로 막아내고 국회에서 국민에게 남부끄러운 행위를 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한 한국당이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며 “그런데도 폭력을 당한 저희가 이곳에 먼저 선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출석요구서를 받아들이고 모든 부분에 대해 성실히 답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라는 측면에서 조사받으러 왔다”며 “불법적 폭력 회의 방해를 주도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자진 출두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것을 거부하고 정치 탄압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소명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 원내대표는 “뭘 얼마나 소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다”며 “정치개혁특위 회의실 복도와 사법개혁특위 복도에서 불법적으로 막아선 상황에 대해서도 본 대로 느낀 대로 사실 그대로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0일 “채이배 의원실 감금 혐의로 고발된 자유한국당 의원 9명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했고, 국회 의안과 앞 충돌 상황과 관련한 피고발인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 정의당 의원 1명에 대해서도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를 둘러싼 여야 고발전으로 109명(민주당 40명, 한국당 59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의 국회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백 의원과 윤 원내대표는 상대당 의원, 당직자 등을 폭행한 혐의(공동폭행)로 자유한국당에 의해 고발됐다. 함께 출석 통보를 받은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아무도 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경찰이 출석을 요구한 자유한국당 의원 9명은 김정재·박성중·백승주·이만희·이종배·김규환·민경욱·이은재·송언석 의원이다. 경찰은 또 채 의원 감금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일까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은 자유한국당 여상규·엄용수·정갑윤·이양수 의원 등 4명에게도 2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