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성장률 27년 만에 최저… 中 “무역 아니라 소비 때문”

입력 2019-07-16 05:10 수정 2019-07-16 05:10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엔진이 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당국은 내수의 문제라며 무역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경제여건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경제하락이 지속될 경우 향후 추가 부양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 2019년 2분기(4~6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2%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1분기 경제성장률 6.4%보다 0.2% 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6~6.5%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토대를 마련했다”며 “최근 중국의 경기부양책들이 2019년 하반기에는 더욱 분명한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기 하락과 미·중 갈등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중국 경제는 점점 더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무역의 효과를 과소평가했다. 하지만 NYT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난 30년간 높은 성장을 이뤘지만 최근 몇 달간 상승을 멈춘 무역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고 수입은 7.3% 늘었다. NYT는 다만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도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악화로 인한 해외 수요가 미국보다 훨씬 더 크게 악화됐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자국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통계국 대변인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고 외부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의 불균형·부적절한 발전은 여전히 ​​심각하고 경제는 새로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의 우려도 적지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6.4%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4%였다. NYT는 미·중 무역갈등과 재정문제가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의 가장 역동적인 엔진(중국)의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제는 1990~2000년대를 거치면서 최고 14.2%(2007년)를 기록하는 등 고속성장을 거듭해왔지만 2010년(10.6%) 이후 점차 하향 추세다. 중국 정부도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기는 지났다는 인식 하에 2015년부터는 ‘신창타이(뉴노멀)’ 개념을 도입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점차 둔화되면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분기부터 4분기까지 6.8%, 6.7%, 6.5%, 6.4%로 하락을 이어왔다. 이마저도 폐쇄적인 중국 당국에 의한 통계 조작 의심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목표치를 지난해(6.5%)보다 낮은 6.0~6.5%로 낮춰 잡았다. 목표치 하향조정이 없었다면 2분기 성장률은 정부 목표범위 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셈이다. 이마저도 중국 정부의 감세 및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4월 경제 심리가 살아났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3월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인하하고 인프라에 돈을 쏟는 등 4조6000억위안(약 782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날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로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제기되면서 중국이 추가 부양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