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한 민주노총 노동자 위원은 전원 사퇴했고,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위원들도 사퇴를 검토 중이다. 민주노총은 또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며 이들의 전원 사퇴도 요구했다.
민주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3명은 1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노동자위원은 사퇴하기로 했다”며 “부당함에 대한 항의와 함께 준엄한 자기비판과 무거운 책임을 절감한 당연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중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별도로 사퇴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5명도 16일 워크샵을 열고 사퇴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도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근 상황이 사퇴를 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더 나아가 공익위원 9명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회의 과정에서 공익위원은 사실상 최저임금 구간설정을 시도했고, 회의 날짜를 바꿔 논의를 좀 더 이어가자는 노동자위원 호소는 거부했으며 퇴장하면 바로 표결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고 비난했다.
또 “공익위원들은 2.87% 인상률이라는 수치를 내놓으며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거나 ‘사용자 측에 물어보라’고 실토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답정회, 즉 답을 정해놓고 하는 회의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었다. 공익위원들은 일관되게 정부의 ‘아바타’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러자 최저임금위는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노동계의 비판에 해명했다. 최저임금위 부위원장인 임승순 공익위원은 “과거에도 노사가 제출한 안으로 결정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산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표결 강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노와 사, 공익위원이 다 모여 협의해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동계가 요구한 공익위원 전원 사퇴 요구에 대해선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 답했다.
노동계가 노동자위원 사퇴에 이어 공익위원 전원 사퇴를 요구한 속내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공익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위 아래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설치해 내후년도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원 총사퇴로 최저임금위 활동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여당의 정책의지 실종은 최저임금 결정 다음날 주휴수당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까지 나오게 만들었다”며 “민주노총은 이 같은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다른 말은 차별적용이다. 노동자가 차별을 당하면서 일할 수는 없다. 정부와 경영계가 정말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밀어붙인다면 파국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