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온라인상 자살유발정보 1만7000여건이 신고됐고 이 중 5244건이 삭제됐다. 16일부터는 자살유발 정보를 유통하는 사람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해지지만, 지금까진 이렇게 글을 내림으로써 추가 유포를 막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온라인에 떠도는 자살유발정보를 잡아낸 건 164명의 ‘자살 암시 글 클리너(Cleaner)’다. 경찰청과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15년부터 각각 ‘누리캅스’와 ‘지켜줌인’이란 이름으로 봉사활동 지원자를 모집해 일정기간 자살 암시 글을 찾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 모집된 누리캅스 43명과 지켜줌인 121명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등을 뒤져 자살을 유도하는 글을 찾아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112에 신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들 중 활동 우수자 2명을 선정해 오는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가장 많은 자살유발정보를 찾아낸 누리캅스 전수현(30)씨와 자살 암시 글을 게재한 학생을 직접 위로한 지켜줌이 임혜빈(24)씨다.
전씨는 3181건의 자살유발정보를 신고했고 727건을 삭제하는 데 기여했다. 전체 신고 건수의 18% 정도다. 전씨는 “클리닝 활동을 하는 동안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클리닝 활동이 끝났어도 자살유발 정보 차단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켜줌이 임씨는 인스타그램에 자해 사진을 업로드한 17살 학생과 다이렉트메시지(DM)로 직접 대화하며 학생의 자살 위험을 낮춘 경우다. 임씨는 수기에서 “중학생 때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한 적이 있는데 이 학생도 그때의 나와 같은 건 아닐까란 생각에 말을 걸었다”고 했다.
학생과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를 주고받던 임씨에게 학생이 마음의 문을 열었고 “내일 다른 애한테 밥 먹자고 말해볼게요. 고마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임씨는 “학생과 직접 소통하며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유발정보는 온라인에 올린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는 자살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창구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사업은 국민이 직접 참여해 1만6966건의 자살유발정보를 신고하고 삭제를 위해 노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유발정보는 모방자살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온라인에서 이런 자살유발정보를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