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10% 줄면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경우, 연간 경상흑자도 100억 달러(약 11조7820억원) 줄어들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아이린 최 연구원은 15일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반도체 공급 차질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면 한국 GDP와 경상수지에 주목할 만한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이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에 차질을 줄 핵심소재라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만약 한국의 일본산 에칭가스 수입이 전면 중단될 경우, 수입 에칭가스의 44%를 대체해야 한다”면서 “(대체 실패로) 반도체 수출이 44% 줄어들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은 8%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수출 금지 품목이 반도체 외 정보기술(IT) 및 자동차·화학 등 다른 품목으로 확산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이들 품목의 수출이 10% 줄어들면 1년간 경상흑자 규모는 320억 달러(약 37조7088억원)로 쪼그라드는 것으로 예상됐다. 최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산 IT 수입 제품에 기반한 수출이 GDP의 0.9%를 차지하는 베트남을 비롯해 중국과 말레이시아, 대만 등에도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출 규제에 대한 피해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최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을 27개 ‘백색 국가’(수출 심사과정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이라며 “원론적으로는 대다수 수입국과 비슷한 절차를 거쳐 수입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향후 한일 양국간 대화 가능성과 (한국 측의) 수입대체 조치를 감안하면 이번 수출 규제에 따른 (일본산 소재) 공급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수출 규제 조치가 실제로 해당 물품의 한국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오는 10월 초쯤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규제 조치로 수출 허가 절차가 최대 90일까지 걸리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