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상주본’ 이번엔 내놓을까… 소장자 최종 패소

입력 2019-07-15 14:05 수정 2019-07-17 18:47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갖고 있다는 배익기(56·고서적 수입판매상)씨가 문화재청의 상주본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로써 10여년에 걸친 상주본의 소유권 논란은 정리가 됐고 국가(문화재청)가 소유권자로서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상주본 소재를 아는 이는 배씨뿐이어서 회수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배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배씨는 문화재청이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민사판결을 근거로 상주본 회수에 나서려 하자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08년이다. 배씨가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면서 상주본의 존재를 처음 밝혔다. 그러자 상주지역 골동품 판매상인 조모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논쟁이 촉발됐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조씨는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숨져 소유권은 국가에 있는 상태다. 문화재청은 이 판결을 근거로 배씨에게 상주본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배씨는 이를 거부해왔다.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그가 책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배씨는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며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한 앞선 민사판결의 집행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1·2심은 “무죄판결은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배씨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상주본은 일부가 공개됐을 뿐 배씨가 소장처를 밝히지 않아 10년 넘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문화재청은 배씨를 상대로 설득 작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