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와 관련해 야간이나 고속도로, 도심부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 첨단장치를 차량에 설치해야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민 청장은 15일 서면으로 진행된 기자단 브리핑에서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에 대해 “신체 능력에 따라 야간운전을 제한하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령이라고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는 건 아니다”면서 나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고령운전자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10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경찰청은 대한노인회, 대한의사협회 등 21개 기관·연구단체와 함께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를 발족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 사망사고의 비율은 2016년 17.7%에서 지난해 22.3%로 치솟은 상태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검토 중인 건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시행 중인 고령자 운전제한과 비슷한 형태다. 미국의 경우 고령자의 야간운전을 금지하고 고속도로나 도심에서 운전하는 걸 제한하는 형태다. 호주의 경우 특정 날씨에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하기도 한다. 각국마다 의료평가나 도로주행시험을 거쳐 운전능력을 평가하는 게 대부분이다.
고령운전자가 운전을 위해 부착해야 할 장치도 여러가지가 고려된다. 전방충돌 경고장치, 자동비상제동장치를 비롯해 적응순항제어장치, 차선이탈 경고장치, 차선유지 보조장치 등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장치가 대부분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의가 고령자의 이동권을 빼앗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임재경 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 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이동욕구도 최근엔 급격하게 늘어난 상태”라면서 “단순히 제한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이동권 보장의 차원에서라도 대중교통 등 국가인프라 확충의 문제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